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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맞선 웨이브의 생존법…“콘텐츠·탈규제가 숙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용자들은 냉정하다. ‘국뽕’에 취해 ‘푹(POOQ)’ 본다는 사람 못 봤다. 콘텐츠가 유일한 희망이다.”

유튜브·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가 무섭다.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과 거대자본으로 중무장해 한국 시장에도 침투하고 있다. 국내 토종 OTT로 출범하는 ‘웨이브(WAVVE)’를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김용배 한국콘텐츠연합플랫폼 팀장<사진>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방송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참석해 “웨이브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희망은 ‘콘텐츠’”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통합 OTT ‘푹(POOQ)’과 SK텔레콤 OTT ‘옥수수(OKSUSU)’의 통합 OTT 플랫폼으로 오는 9월 출범한다.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통합법인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김 팀장은 “글로벌 OTT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미 드라마와 예능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자체 콘텐츠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미디어들이 스스로 K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둘러싼 우려도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OTT사들은 한국에서 규제도 제대로 받지 않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불합리함이 있다”면서 “국내외 세금 및 통신료 역차별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료방송과의 유사규제와 관련해선 유료방송 대체성을 입증한 후 규제 수위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를 맡은 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팀장<사진>은 한국 방송 콘텐츠의 해외 진출 전략을 제언하면서 국내 드라마의 ‘시즌제’ 제작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팀장은 “미국 드라마를 보면 예컨대 시즌 20까지 에피소드 총 456개를 한꺼번에 판매하는데, 한국처럼 드라마 한편씩 파는 것과 수익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웨이브의 추후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선 낙관과 비관이 엇갈렸다. 김희경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웨이브가 OTT로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국내 OTT는 글로벌 OTT와 콘텐츠 제작, 소싱 면에서 규모와 수준이 크게 차이난다”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가 현재 현지화 전략을 내걸고 아시아를 공략하고 있는데, 이게 국내 OTT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면서 “OTT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해도 나중에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의존하게 되는 병목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홍종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팀장 역시 “세계 OTT 시장은 자본이 곧 콘텐츠고 콘텐츠가 곧 자본”이라며 “국내 OTT가 넷플릭스처럼 프로그램 하나 제작하는 데 100억, 200억씩 투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홍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프리미엄 콘텐츠”라면서 “결국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하고, 또 이걸 제값 받고 잘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웨이브 통합출범을 준비해온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상무는 이에 대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웨이브가 국내 지상파 역량 OTT 플랫폼 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배 팀장 역시 “지금 당장 글로벌사들과 국내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국내, 아시아, 글로벌 순으로 차츰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원 상무는 “통신사 입장에서 OTT는 과거 LTE에서 현재 5G로 넘어가는 시기를 맞아 단순히 데이터를 촉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 인접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처음에는 글로벌 콘텐츠와 제휴해나가면서 종국에는 웨이브라는 플랫폼 자체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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