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딜라이트닷넷] 역대급 온라인 여론전...'조국 대전'이 남긴것

박기록
9일 0시를 기해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기가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9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이 TV로 생중계될 만큼 지난 1개월간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조국 대전(大戰)'도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이 확인 안 됐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 하면 나쁜 선례 될 것”이라며, 권력기관의 개혁 등 대통령선거 공약의 완수를 위해 조국 장관을 임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자유한국당 등 임명 강행을 놓고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KTV캡쳐
KTV캡쳐

난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개월뒤인 9월9일 임명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조국 대전'은 가히 역대급으로 표현될 만한 몇가지 의미있는 사례를 남겼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한 달간 거의 100만~120 건에 달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는 한 달간 열렸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보도량을 능가했다. 2002년과 비교해 언론 매체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보도량만 놓고 본다면 '지나친 과잉'이라고 표현될 만한다. 더욱이 '조국 대전'은 뜨겁게 타올랐던 한-일 경제전쟁 이슈까지도 순식간에 삼켜버릴 정도로 강력한 블랙홀이었다. 인터넷, 유튜브, SNS 등 거의 모든 채널에 거쳐 '조국대전'이 양 진영으로 나눠 전개됐다.
조국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초기, 딸의 제1 저자 등재 논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연속 수령이 논란이 되면서 여론이 요동쳤고,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반대와 찬성의 비율이 많게는 거의 7대3까지 벌어졌다.
좀 더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이 나와야겠지만, 이러한 일방적인 초기의 흐름에서 반전이 생긴 계기가 생겼는데 그것은 '조국 힘내세요'라는 포털 실검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조국 힘내세요'는 순식간에 네이버 실검 1위를 찍었고, 반대 의견을 가진 측에서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실검 캠페인으로 대응하면서 이것 역시 실검 2위에 걸렸다. 네이버 검색어 역사에 전무후무할 장면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이 실검 전쟁을 놓고, 이를 정상적인 여론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정 팬덤의 돌출 시위 정도로 볼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즉, 검색어가 여론의 대표성, 화제성을 어느정도 가지느냐의 문제가 새로운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실검'때문에 네이버 본사를 직접 항의 방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명사형의 단순 검색어가 아니라 '조국 힘내세요' , '조국 사퇴하세요' 라는 네티즌들의 의사표현이 적극적으로 투영된 검색어의 표출이라는 점이다. 이번 '조국 대전'에서 나타난 검색어 전쟁이 직접적인 여론의 투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이것이 진영 논리의 한계에 매몰된 현상이라는 지적은 인정하더라도 여론의 일부로 인정할만한 가치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한 달간 홍수처럼 쏟아진 언론 기사들이 거의 대부분 '조국 후보자 논란' 또는 '의혹' 이라는 부정적 뉘앙스의 제목으로 일방적으로 채워졌는데, 정작 여론조사 결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와 찬성의 비율이 5.5대4.5 정도로 대등하게 균형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조국 힘내세요'라는 검색어 캠페인은 결국 드러나지 않았던 조국 지지자들의 호응을 직접적으로 이끌어내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지자들의 반격이 어느정도 여론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동시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도 조국 후보자 찬성과 반대 청원글에 경쟁적으로 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렇다면 이러한 검색어 캠페인은 과연 '여론의 왜곡'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까.

'여론의 왜곡'이란 실제 여론과의 괴리된 상황 또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무리 검색어 캠페인을 독려해도 여기에 일반 네티즌들의 호응이 더해지지 않으면 검색어 상위 랭크가 불가능하다.

비대면채널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여론은 직접 전화를 걸어 의사를 묻는 오프라인 방식의 여론보다는 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검색어 캠페인을 '여론 조작'이라고 미리 평가절하해버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히려 직접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싫어하는 '샤이' 지지자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러한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돼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1개월만에 막을 내린 '조국 대전'은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실검의 정치학', '실검의 경제학'을 새롭게 봐야할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