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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19] 20대 마지막 과방위 국감, 파행 속 ICT 현안 실종(종합)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권하영기자]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마지막 국정감사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피감기관에 대한 올바른 감사보다는 정쟁으로 얼룩졌고, 정보통신기술(ICT) 등 현안은 뒤로 한 채 끝까지 파행을 거듭하는 모습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1일 과방위는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시작부터 자유한국당은 ‘위법 5관왕 한상혁 아웃(OUT)’ 유인물을 노트북에 붙여 여야 공방이 이어졌고, 후반부에는 이강택 tbs교통방송 사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정치 편향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ICT 현안은 실종됐다. 방통위에 대한 정책 및 예산 감사는 물론이고 유료방송 인수합병(M&A)에 따른 지역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책, 국내외 사업자 역차별 해소 방안, 망 사용료 대책, 5G 통신비 등 최근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통신‧방송 현안조차 심도 깊은 논의 없이 겉핥기식으로만 다뤄졌다.

◆시작부터 방통위원장 사퇴 외치며 삐걱=이날 과방위 자유한국당 위원들은 방통위 국정감사가 시작된 후 한상혁 위원장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위법 5관왕 한상혁 아웃(OUT)’ 유인물을 노트북에 붙이며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노웅래 위원장은 마지막 국감 날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자유한국당 위원들에게 ‘한상혁 아웃’ 유인물을 수거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노 위원장은 “국회가 그렇지 않아도 손가락질 받는데, 좋은 모양을 보여 달라”고 전했다.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번번이 분위기를 해친다”며 “국감 마지막 날까지 이러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방통위원장 취임 후에도 변호사 신분을 유지하며 진보 성향 인터넷매체 재판 변론을 맡았다는 보도에 대해 추궁했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한 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선거 기간 중립성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진상조사 청문회를 요청했다.

여당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임했는데, 잘못된 내용의 기사만으로 청문회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명백한 오보이며, 자세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변론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며 해당 기사를 게재한 조선일보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당‧tbs교통방송 사장 vs 야당 ‘설전’=tbs교통방송 정치편향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이강택 tbs교통방송 사장에게 좌편향 프로그램에 대해 집중 질타했고, 참고인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고성이 오갔다. 한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강택 사장 답변 태도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국감장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정용기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해 프로그램 상황이 심각한데, tbs가 좌파 해방구가 됐다”며 “서울 시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데 최소한의 기계적 중림을 맞추려는 시도도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이 사장은 “김규리, 주진우, 이은미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순수 음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한 번도 안 들어보지 않았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 의원은 “국회를 능멸하는 태도며, 봤어 안 봤어 이 따위 이야기를 하는데 오만방자하다”며 따졌다.

여당은 프로그램 자체가 편향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tbs교통방송 편에 섰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회자가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프로그램은 편향적이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공방에 신용현 의원은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은 편을 드는 모습을 보니 tbs교통방송은 편향적인 게 맞다”고 못을 박았다.

‘손가락 살인’ 악플 방지 대책 법제화 논의=이날 과방위 여야는 연예인 설리 사건으로 촉발된 인터넷 악성 댓글 사태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설리법’으로 규명한 악성 댓글 방지 대책을 법제화하는 시도를 촉구한 것이다. 커뮤니티가 특정 기사 등을 실시간 검색어로 올려 이슈화하는 좌표 찍기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는 만큼, 법안이 발의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좌표 찍기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나 포털은 실검 상승으로 트래픽이 오르면서 수익이 창출된다”며 “국내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조문 도입을 협의했으나 방통위가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 역시 “설리 문제는 익명에 숨은 폭력이자 손가락을 통한 간접살인”이라며 “2017년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으로 판결됐지만 최소 그에 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아이디와 IP를 전부 공개해 어느 정도 본인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료방송 M&A부터 망 사용료까지, 방통위는?=또한, 한 위원장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사실 동일한 상황임에도 법적 미비로 인해 후자는 방통위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라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두 사례 다 (방통위 사전동의를) 넣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새로운 규제를 하게 되면 위법”이라고 답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건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내용에 대해 동의 절차 과정에서 의견을 표명하고 관철할 계획”이라고 말을 더했다.

최근 통신3사와 만나 중소CP 상생 방안을 논의한 한 위원장은 망 사용료와 관련해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역차별 문제를 시정할 수 있도록 행정적 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통신3사는 중소CP 망 사용료를 면제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가이드라인은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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