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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 힘 싣는 통신3사, 서로 다른 방정식 주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5G 킬러콘텐츠로 떠오른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초실감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플랫폼을 꾸리고 신규서비스를 계속 쏟아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VR과 AR의 대중화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보인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조차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VR·AR을 둘러싼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통신사들의 각기 다른 전략이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최근 VR·AR 분야 신규서비스와 사업 전략을 잇달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VR과 SNS가 결합된 소셜VR 플랫폼을, KT는 인터넷TV(IPTV) 사업과 연계한 ‘슈퍼VR tv’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엔리얼의 AR글래스를 국내 독점 출시한다.

통신사들은 VR과 AR이 차세대 콘텐츠·미디어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VR기기 보급은 2021년 7570만개 수준으로 늘어나 매출 규모 역시 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R 기기 출하량 역시 2023년 3190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와 달리 VR·AR에 대한 관측은 엇갈린다. 최근 구글은 3년간 키워온 VR 프로젝트 ‘데이드림’을 오픈소스로 전환하며 사실상 사업에서 철수했다. VR 대중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용기기인 HMD를 착용하는 특성상 무겁고 불편하며 가격도 비싼 탓이다. 업계에선 VR이 과거 3D TV 산업의 실패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AR 기기 시장 역시 전망이 보수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고객서비스용 AR글래스를 내놓긴 했지만 아직은 상당한 고가에 머물러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도 AR 헤드셋 개발을 중단하거나 출시를 내년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AR글래스는 한때 스마트폰을 대체할 플랫폼으로도 기대됐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그러나 VR과 AR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단장(상무)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VR과 AR을 동시에 공략하는 회사도 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회사도 있다”면서 “SK텔레콤은 통신 회사이자 기술 기반 기업이기 때문에 둘 다 가져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KT는 AR보다 VR 사업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간 자체적으로 VR기기를 판매해온 KT는 최근 3K에서 4K 화질로 성능을 개선한 무선 VR ‘KT 슈퍼VR’을 새롭게 공개했다. 아울러 슈퍼VR을 통해 IPTV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슈퍼VR tv’를 내놓으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오프라인 VR매장 ‘브라이트’ 등 VR 테마파크 사업의 글로벌 진출도 추진 중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AR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AR에만 100억원을 투자해 AR 스튜디오를 개소하고 고품질 AR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왔다. 연말까지 AR 콘텐츠를 1500편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AR글래스를 중심으로 B2C서비스부터 텔레프레젠스(원격회의), 클라우드 PC 서비스, 산업 내 원격 솔루션 등 B2B 사업 진출도 노린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VR과 AR의 경계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 상무는 “현재까지 VR과 AR은 시야각이나 몰입감, 시청 시간 등에 있어 확실한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VR과 AR을 함께 구현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AR글래스를 사용하는데 화면을 VR디스플레이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보면 VR이 AR보다 기술과 콘텐츠 면에서 더 앞서가고 있고, 또 미래 성장 측면에선 AR 디바이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라면서 “통신사들의 경우 전략의 차이는 있겠지만 5G 핵심 콘텐츠이자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VR, AR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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