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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계약 가이드라인 나왔지만…통신사-콘텐츠기업 또 신경전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지난 1년간 준비 끝에 ‘공정한 인터넷망 계약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불협화음이 여전하다.

요컨대 ISP는 가이드라인을 환영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CP는 정부가 사업자 간 사적 계약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가이드라인 왜 만들었나=이날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그간 국내외 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한쪽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제3자인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가 있었다”며 가이드라인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SP는 네이버·카카오아프리카TV 등 국내 CP 및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해외 CP와 계약을 체결하고 망 이용 대가를 받는다. 대가는 트래픽, 콘텐츠 경쟁력, 인터넷망 구성 등을 고려해 사업자 간 사적 계약으로 시장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외 사업자들의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차별적인 대가를 산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해외 CP 대다수가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국내 CP들은 내야 하는 역차별이 생긴다. 또 국내 CP들 사이에서도 대·중소사업자별 차별이 있을 수 있다.

반 과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 대가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를 정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방통위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크게 ▲망 계약과 관련한 불공정행위 금지 ▲이용자 보호를 위한 ISP와 CP의 의무가 담겼다.

불공정행위는 ①이용계약 당사자가 상대방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을 요구하거나 ②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인터넷망 이용조건을 요구하는 경우 ③계약 체결 거부 또는 이면계약을 요구해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설정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아울러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는 ISP의 경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CP는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 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이용자 피해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안은 제정 후 한달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시행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통위는 추가적인 의견 수렴 및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거쳐 연내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이다.

◆통신사 “보강해야” vs. CP “제정 반대”=가이드라인에 대해 사업자 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갈린다. ISP는 정부의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CP에 대한 망 품질 유지 의무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해외 CP들의 경우 국내 통신사와 직접 망 이용계약 체결하지 않고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자는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상필 실장은 “CP도 이용자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적정한 인터넷 품질 관리 의무가 있어야 한다”면서 “페이스북 사태를 교훈 삼아 트래픽 접속경로 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 시 ISP와 사전에 협의하자는 문구가 추가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회의 입법 노력도 요청했다. 윤 실장은 “가이드라인으론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해외 사업자들을 포섭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법령을 신속하게 만들어 인터넷 생태계의 공정한 룰로 작용할 수 있도록 법적 효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CP는 정부가 사업자 간 사적 계약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한편, 가이드라인이 해외 CP와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국내 CP에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역차별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CP가 통신사와 계약을 하면 무조건 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그 비용은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는 통신사업자 중심의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면서 “통신사의 이익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이라고 해석했다.

김재환 실장은 “가이드라인은 과거 상호접속고시 개정이 그랬던 것처럼 다양하게 형성돼 있던 시장 가격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한 비차별적 계약이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되어 국내 중소 CP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에 담긴 내용은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어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이미 공정거래법에서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차별해 취급하는 행위를 규율할 수 있으므로 규제 신설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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