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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처분 위기” 주요 ICT 법안, 국회에서 잠들라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여야 정쟁에 얼룩져 본연의 입법 역할을 뒷전으로 미뤄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가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대 국회는 지난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마치고 임시국회 체제로 전환했다. 임시국회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되지만,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오는 17일로 예정된 만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들도 폐기처분 위기에 놓였다. 신산업 육성, 경제 활성화 등과 연관된 정보통신기술(ICT) 법안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ICT 소관부처 등을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만 살펴봐도 계류의안만 773건이다. 20대 국회 때 처리하지 못하면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 과방위는 ‘일하는 상임위’를 주창하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여야 갈등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일례로, 데이터3법을 가장 마지막으로 논의한 상임위다. 현재 과방위는 오는 17일 법안소위를 열고 계류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나, 쟁점 법안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 사업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 때 기업 활동에 연관된 법안들의 통과 유무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자칫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 20대 국회에서 겪었던 과정을 또다시 반복해야 한다. 주요 경기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국회가 경제활성화 지원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불확실성까지 가중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발 묶인 법안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안’이다. 12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13개 SW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촉구했다.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하면 SW산업은 3년 퇴보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W는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 못지않게 중요한 핵심 영역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외에도 유수의 기업들이 SW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표적인 SW수출 기업조차미미한 실정이다. SW 인식개선부터 인력 부재, 불공정 관행에 이르기까지 SW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 이에 SW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안은 인력양성부터 창업, 연구개발 지원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SW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공정한 계약을 기반으로 SW 가치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공인인증서 독점적 지위 폐지를 담은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제자리걸음이다. 이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해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전자서명제도를 민간 위주로 개편해 관련 산업 경쟁력 제고와 국민 선택권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이미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생체인증,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신기술 연구 및 적용을 활발하게 꾀하고 있는데, 국회는 이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3법은 각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본회의에서 다뤄지지 못하면서 임시국회 통과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산업 육성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등을 놓고 여야 이견이 이어지고 있어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과방위에 계류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일부개정법률안’ 수도 25건에 달한다. 이 중 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각각 나눠 고객에게 알리는 분리공시안도 포함돼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도입, 요금인가제 폐지 등을 담은 법안들도 각각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방송분야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KBS 수신료, 지상파 중간광고 관련 법안은 합의안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규제 원칙이라도 적용하자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을 규제 범위에 넣은 방송법 전부개정법도 발의돼 있다. 국내 OTT 업계는 첫 발을 내딛은 산업에 규제부터 적용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들도 계류돼 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CP도 국내에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는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내놓았다.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대형 CP에 망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했다.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통신망을 둘러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지행위에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관계에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거나 강요하는 행위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불이행하는 행위를 추가하고 방통위 권한을 확대했다. 방통위는 통신망 이용요금, 트래픽 전송량 및 경로 등 현황 등을 사업자에 요구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유료방송 인수합병(M&A)과 연관 있는 합산규제 일몰과 관련해 방송법 및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도 숙제다. 국회는 정부에 요구한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유료방송 후속대책안을 받았지만, 시장에 의사결정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M&A를 추진하며 정부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KT는 국회 결정만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KT는 합산규제 이슈가 해결돼야만 추가적인 M&A를 실시할 수 있다.

여야가 합심해 양자응용기술 및 산업 진흥을 위해 내놓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실시간검색어조작방지법(실검법)은 17일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다뤄진다. 매크로 사용 금지, 타인 ID 도용한 실검 조작 방지, 포털 사업자 대상 기술적 조치 의무 및 처벌조항 근거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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