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LGU+ 품에 안긴 CJ헬로, 지역성 보호·콘텐츠 투자 임무 부여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한다. 이번 인수는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케이블TV)를 인수하는 최초의 사례다. 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 심사, KT의 케이블TV 인수합병이 대기 중이다. 이번 심사가 향후 통신·방송 간 인수합병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신청한 CJ헬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 조건부 인가 및 변경승인을 했다고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사항별 배점을 부여하는 평가(총점 1000점, 승인 기준점 700점)에서 727.44점을 획득해 적격 판정을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인수에 대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상 등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인 시장재편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지역성, 공정경쟁, 시청자 권익 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 협력, 콘텐츠 시장 활성화 등 승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역채널 투자 늘리고 중장기 보호해야=먼저, 케이블TV의 정체성인 지역채널을 보호하기 위한 조건이 부여됐다. CJ헬로는 ‘8VSB 기본상품(최저가상품)’에 지역채널을 포함하고, LGU+는 CJ헬로 지역채널 콘텐츠를 ‘무료 VOD’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 CJ헬로하나방송을 포함한 전체 24개 SO 중 7개사에서 8VSB 기본상품에 지역채널이 빠져 있다.

CJ헬로는 지역채널 투자 규모 및 본방송 비율, 재난방송을 포함한 지역 보도 등 지역 콘텐츠 비중을 비롯한 ‘지역채널 운영계획’을 변경승인일로부터 3개월 이내 과기정통부에 제출 후 승인받아야 한다. 앞서 LG유플러스가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향후 5년간(2019~2023) 계획에 따르면, 지역채널 투자 규모는 지난 5년 대비 490억원 증가한 1939억원으로 책정됐다. 지역채널 본방송 비율과 자체제작 비율 역시 5년 전 대비 각각 1.3%p, 2.5%p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CJ헬로는 현재 공지채널로 운용 중인 직사채널 운용계획을 준수하되 변경 또는 신규 운용 시 그 계획을 과기정통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또 해당 방송구역의 대표성이 확보되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지역채널심의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CJ헬로 가입자의 부당 전환 금지=공정경쟁 측면에서는 CJ헬로 가입자를 부당하게 LG유플러스로 전환하는 영업행위가 금지된다. 이용자가 8VSB(디지털 지상파방송에 이용되는 전송방식) 상품으로 신규 가입하거나 가입 전환 또는 계약 연장을 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거부·제한하거나 불리한 이용조건을 부과할 수 없다.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전환하는 부당한 강요·유도행위도 할 수 없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협상력 우위를 앞세워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방지된다. 양사는 PP 의견을 반영한 평가 기준과 PP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기준을 마련하고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년 PP 사용료와 증가율도 공개해야 하며, PP와의 대가 및 채널 번호 협상에서 CJ헬로와 LGU+는 각각 별도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한 조건도 달렸다.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계약절차 및 구체적인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 역시 3개월 이내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아울러 매년 전체 홈쇼핑 송출수수료 수입 규모 및 전년 대비 증가율도 공개토록 했다.

◆ 8VSB 상품 격차 축소, 요금 할인 유지=시청자 권익 보호 면에서는 방송구역 간 8VSB 상품 격차 축소, 요금 감면‧할인제 유지 등 조건이 제시됐다. 현재 CJ헬로(24개 SO)는 방송구역(23개) 간 8VSB 상품 격차가 큰 상황이다. 방송구역별 차이에 따른 8VSB 상품의 수(종류) 및 상품별 채널의 수 격차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토록 했다.

또한, 현재 제공하고 있는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요금 감면을 비롯해 장기약정과 결합상품 등에 대한 요금할인 제도를 축소할 수 없도록 했다.

◆콘텐츠 투자 구체화·상생협력 임무 부여=마지막으로, 과기정통부는 CJ헬로와 LG유플러스에 방송·미디어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콘텐츠 투자계획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CJ헬로는 향후 5년간 1조1239억원, LG유플러스는 2조6723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5년보다 각각 23.2%, 110.6% 증가한 금액이다. LG유플러스는 IPTV 콘텐츠와 함께 실감형·양방향 콘텐츠 및 케이블TV와의 연동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과기정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 유료방송 포함 결합판매 시, 방송상품에 대한 과도한 요금할인 차별도 금지된다. CJ헬로와 LG유플러스는 통신(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케이블방송, IPTV)이 포함된 결합상품 구성 시 통신상품의 할인율보다 유료방송상품 할인율을 더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타 SO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 마련도 조건 중 하나다. CJ헬로 협력업체와의 기존 계약을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해야 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경승인일로부터 3년간 기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SO 협력업체와의 상생방안 이행계획(협력업체 종사자의 고용 안정, 복지향상 방안 등 )을 마련해야 한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