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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국은 오류였나’ NHN 한돌, 이세돌에 181수 불계승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1일 전라남도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마지막 3국에서 이세돌 9단이 NHN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상대로 180수 불계패했다.

한돌은 호선인 맞바둑에선 국내 정상급 프로 기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기력을 보이며 연파한 바 있다. 이 9단도 호선으론 한돌을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첫 대국에서 2점을 깔고 7집반을 주는 접바둑으로 붙었다.

그러나 1국에서 흑(이세돌) 78수 이후 한돌(백)이 이른바 떡수(실착)로 볼 만한 진행을 보인 바 있다. 학습이 부족한 AI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였고 이 9단이 불계승을 거뒀다.

NHN 측도 접바둑 학습 기간이 짧은 탓에 2점에선 조심스레 한돌의 우세를 점쳤고 3점에선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맞바둑인 2국에선 이변 없이 이 9단이 불계패했다. 이에 따라 마지막 3국도 1국과 마찬가지로 2점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이 9단이 첫 대국을 승리하면서 3국도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뭇 진행이 달랐다.

3국에선 한돌이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이끌어냈다. 이를 감안하면 첫 대국의 떡수를 프로그램 오류(버그)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알파고 등 기존 바둑 AI 프로그램도 승률이 높을 때엔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다 승률이 낮아지면 실착하는 특성을 보였다.

해설을 맡은 이영구 9단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는 초반 우하귀 싸움”이라며 “백39, 흑40은 좋은 수”라고 평했다. 또 “흑50이 실수로 53의 자리에 두었다면 흑이 많이 우세했다”며 흑64가 사실상 패착으로 더 큰 곳으로 팻감을 썼다면 긴 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이후로는 한돌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잘 한 바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세돌 9단은 1983년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나 1995년 12세에 프로가 된 이후 조훈현과 이창호에 이어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어간 프로 바둑 기사다. 2000년 32연승을 기록한데 이어 2002년에는 프로 3단으로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이창호가 세운 최저단(5단) 세계대회 제패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 9단은 공식 대국에서 바둑 AI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한 기사로도 이름을 남겼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AlphaGo)와 대결에서 네 번째 대국을 이기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은퇴기념 대국에서도 바둑계 예상을 깨고 한돌에게 1승을 챙겨 살아있는 역사로 남게 됐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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