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서비스

‘무제한 라이선스계약’(ULA), 더 이상 달콤한 옵션 아니다

백지영

[특별기획/Cloud Impact 2020⑦] 뿌리깊은 'ULA' 관행...은행권, 전략적 재점검

- 오라클이 신한은행에 DB 라이선스 위반으로 법적조치 움직임 보이자 관심 고조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한국오라클이 신한은행에 자사 DB 라이선스 사용 위반과 관련한 내용 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과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칫 대규모 SW저작권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무제한 라이선스 ‘ULA(Unlimited License Agreement)’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도 결국은 ULA 계약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ULA는 말 그대로 일정 금액을 내고 특정 기간(보통 1~3년 단위 계약) 동안 무제한으로 제품을 쓸 수 있는 라이선스다. 역사가 오래됐다.

고객 입장에선 특정 벤더의 제품을 많이 사용할 경우 일일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ULA 계약을 맺고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비용 합리적인 선택이다. 또, ULA를 이용하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과 관련한 감사(Audit)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금융권 및 대기업의 활용이 높다.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IT기업들은 DB 등 자사 제품을 이같은 ULA 방식으로 체결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비용을 싸게 매기는 대신 고객을 통째로 가져올 수 있기때문이다. 고객이 자사 제품을 많이 살수록 파격적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IBM의 OiO 계약 방식도 속성은 비슷하다.

DB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라클의 경우, 일반적인 라이선스 과금은 코어(CPU) 단위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같은 ULA 기반의 IT제품 도입 관행이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특정 IT벤더의 제품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많은 요인들이 있는데, 이 중 최근 기업들의 클라우드 활용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시장 상황의 변화로 꼽힌다.

여기에 DB 시장의 경우, 오라클 DB 이외에도 이제는 대체제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면서 오픈소스 DB와 같은 대안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자체 DB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국내 은행권의 경우 계정계는 오라클 DB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지만, 정보계나 신기술 채택이 가속화되고 있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에는 오라클 이외의 국내 기업의 DB 제품이나 오픈소스 DB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특정 제품을 ULA 방식으로 쓸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ULA 방식으로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특정 벤더에 종속(Lock in)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은행권의 경우, 최근 오라클 DB 기반으로 운영되는 애플리케이션 수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수년 간 진행되고 있고 정확한 사용량을 파악한 이후에는 일반적인 종량제 요금으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신한은행의 사례처럼, 기존 ULA에서 코어 단위의 종량제 라이선스로 전환하려는 배경도 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앞으로 클라우드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경우, 오라클 DB를 '오라클 클라우드'가 아닌 타 클라우드에서 사용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ULA계약이 아닌 코어 단위로 과금되는 오라클 DB는 오라클 클라우드가 아닌 AWS이나 MS와 같은 클라우드에서 구동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은 기존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또 가용성 확보를 위해 핵심적인 오라클 RAC(Real Application Clusters)와 같은 기능은 현재 타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DB와 클라우드가 결합되면 고객사는 가격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특정 벤더의 종속성 심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에서 클라우드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은행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번에 촉발된 오라클과 신한은행의 갈등은 큰 흐름에서 보면, 시장환경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필연일 수 있다.

오라클은 우월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DB를 활용해 클라우드 시장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 오라클 입장에선 자사의 핵심 경쟁력인 DB를 이용해 고객을 유인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ULA와 같은 라이선스 정책이나 RAC 기능을 클라우드 유인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은행 등 국내 대형 고객사들이 오라클의 이같은 DB와 연동된 클라우드 확장 전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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