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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노후화에 부품소진…2G 서비스 종료 왜 늦어지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이 2G 종료를 선언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2G 종료 시점은 오리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21일 공식적으로 연내 2G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전화 서비스는 통신사 마음대로 종료할 수 없다.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SK텔레콤은 2G 종료 추진을 선언하고 이용자 보호대책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2G 가입자 줄이기에 나섰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식적으로 2G 서비스 종료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2G 종료승인 신청에 대해 "이용자 보호계획 및 잔존 가입자 수 등을 종합 고려해 심사할 예정"이라며 "심사기한 및 2G 서비스 종료시점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종료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SK텔레콤의 2G 네트워크 상태가 불안한 만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기간통신사업자가 사업의 일부를 폐지하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폐지 예정일 60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리고 폐지에 대한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통상 정부의 심사가 40일 정도 걸리고 실제 회선 종료는 심사 3주 뒤로 정한다.

이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서두르면 1월, 늦어도 2월에는 서비스 종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2G 서비스 조기 종료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사이 법원도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하면서 2G 서비스 종료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종료 시점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현장 실사조차 마무리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전문가들과 실사단을 구성해 초기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종료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간다.

언제 네트워크 장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G 기지국 및 중계기 고장 건수는 2017년 1만8538건에서 2018년 2만3141건,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1만5582건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G망은 상용화 준비기간을 포함해 약 25년째 운용 중이며 핵심장비 생산은 2005년 전후로 중단돼 추가부품 수급이 어려운 상태다.

SK텔레콤은 통신장비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던 테스트 장비를 비롯해 2012년에 이미 2G를 종료한 KT의 장비에 베트남 통신사 S폰까지 수소문해 부품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추가적인 부품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홍진배 국장은 "진짜 상황이 그런지 파악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실사 후 자문위원회 판단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종료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국장은 "2G도 전국망이기 때문에 실사도 전국에서 샘플링을 해야 한다"며 "이용자들이 얼마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부품 조달상황 등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2G 가입자 수는 44만2000여명이다. 서비스 종료 추진 선언 시점(84만6000여명)때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전체 가입자의 1.53%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011 번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데다 일부 가입자들의 경우 더 많은 보상을 바라고 010으로 전환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큰 폭으로 가입자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의 경우 2G 가입자를 전체의 1% 이하로 떨어뜨린 후에야 정부로부터 종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가입자 규모 1% 이하를 무조건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홍 국장은 "법령에 1%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며 "가입자 수는 고려사항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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