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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OTT] ‘콘텐츠 파워’ 내세운 티빙 연합, 성공할까?

권하영

흔히 OTT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번역된다. 실제로는 ‘오버 더 톱(Over The Top)’의 약자다. TV 셋톱박스를 뜻하는 ‘Top’을 넘어선(Over) 서비스라는 의미다. 이름이 예고한 대로 OTT는 전통적인 매체를 위협하는 또 다른 미디어 주류가 됐다. 미국 DVD 대여점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구독형 OTT 바람을 몰고 왔고, 지금은 역사적인 콘텐츠 맹주 ‘디즈니’까지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 첫 통합 OTT ‘웨이브’를 필두로 경쟁이 격화되는 형국이다. <디지털데일리>는 ‘달려라 OTT’ 기획을 통해 현시점 주요 OTT 플랫폼별 전략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또 한 번 꿈틀댄다. 이번엔 국내 OTT 원조 격인 CJ ENM의 ‘티빙’이 중심이다.

글로벌 강자 ‘넷플릭스’가 상륙하면서 국내 OTT 시장은 한차례 분기점을 맞았다.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 3사가 손잡은 국내 첫 통합 OTT ‘웨이브’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TV(IPTV) 1위 저력을 OTT로 이어가려는 KT ‘시즌’이 경쟁에 합류하면서 다양한 합종연횡 구도가 형성된 참이다.

CJ ENM은 또 다른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와 ‘티빙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양사는 통합 OTT 출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회사(JV)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CJ ENM은 그 사전 작업으로 오는 6월1일 ‘티빙’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한다. JTBC도 분할되는 법인에 출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래 티빙의 시작점은 케이블방송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이다. 국내 OTT 태동기에는 주로 케이블방송과 통신사들이 OTT를 출시하고 운영했다. 콘텐츠를 공급받아 서비스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더 강했다는 뜻이다. 티빙은 2015년 SK텔레콤과 CJ헬로 간 인수합병(M&A) 검토 과정에서 사업권이 CJ ENM으로 넘어간 사례였다.

그러다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비롯한 양질의 콘텐츠 수급이 중요해졌다. 국내에서 웨이브가 주목받은 것도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플랫폼과 플랫폼이 통합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CJ ENM과 JTBC의 합작 OTT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번에는 국내 대형 CP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모은다.

다만 향후 티빙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는 아직 물음표다. 이는 CJ ENM과 JTBC 모두 콘텐츠공급사업자(CP)인 점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양사의 각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콘텐트허브’는 모두 넷플릭스와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토종 OTT로서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는 웨이브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가령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올해부터 3년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제작에 나선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주식 최대 4.99%를 넷플릭스에 매도할 권리도 있다. JTBC콘텐트허브 역시 3년간 넷플릭스를 통해 자체 드라마를 선보인다. 20여 편의 드라마 공동 프로덕션 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티빙 연합전선과 넷플릭스의 결속을 두고 업계의 시각은 갈린다. 일각에선 오리지널 경쟁력이 관건인 OTT 시장에서 이들이 플랫폼 경쟁자인 넷플릭스와 협업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자신들의 플랫폼에서만 오리지널을 볼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야 가입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넷플릭스가 보여준 성공법칙이기도 하다.

단일 플랫폼의 오리지널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가 나날이 늘어가며 막대한 규모의 경제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브와 같은 국내 통합 OTT라도 글로벌 플랫폼과 비교하면 콘텐츠 투자 규모가 현저히 작다. 따라서 콘텐츠의 제작부터 유통까지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티빙 연합이 또 다른 플랫폼과 협업할 가능성이 계속 떠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해 신규 OTT 플랫폼 ‘시즌’을 출시한 이후 CJ ENM, JTBC와 콘텐츠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KT 스스로 외부 제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다, IPTV 시장 1위인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도 OTT 전략을 재수립하는 단계다. 자회사 LG헬로비전은 기존 OTT 서비스 ‘뷰잉’과 OTT 박스 ‘스틱’을 이달 중 종료한다. 업계 일각에선 CJ ENM과의 협력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도 2018년부터 IPTV 내 플랫폼인플랫폼(PIP) 방식으로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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