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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연합군 결성 ‘초읽기’…제3동맹군 누가 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CJ ENM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JTBC와의 OTT 연합군 결성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잇는 새 통합 OTT 탄생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외 사업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7일 CJ ENM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티빙 사업의 물적 분할 및 신설회사 설립을 승인했다. 분할기일은 6월1일이다. OTT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화된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방침으로, 사실상 JTBC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염두에 둔 행보다.

앞서 CJ ENM과 JTBC는 지난해 9월 통합 OTT 서비스 출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회사(JV)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 법인 출범을 목표로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분사된 티빙에 JTBC가 지분을 투자하고 2대 주주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떠오르는 건 제3 파트너의 참여다. 현재 합작법인 설립은 CJ ENM과 JTBC가 주도하고 있으나 주식(지분) 비율을 단순히 51대49로 가져갈 확률은 낮다. 업계에서는 JTBC가 적어도 30% 이상 지분을, CJ ENM이 그보다 약간 더 확보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는 CJ ENM과 JTBC 모두 콘텐츠공급사업자(CP)인 점과도 맞닿아 있다. 통합 OTT 전략을 위해서는 플랫폼 주축 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내 첫 통합 OTT 포문을 연 ‘웨이브’도 SK브로드밴드의 플랫폼에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2강 3중 체제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 사용자는 평균 320만명을 기록했으며 웨이브가 250만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어 티빙과 함께 LG유플러스 ‘U+모바일tv’, KT ‘시즌’이 3중을 형성한 지형이다.

따라서 티빙 연합에 통신사들이 합류할 경우 넷플릭스와 웨이브에 대항하는 3강 구도를 굳힐 수 있다. LG유플러스와 KT가 제3 파트너로 꾸준히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실제 CJ ENM은 이들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또한 외부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 IPTV 내 플랫폼인플랫폼(PIP) 방식이다. 최근 CJ ENM과 JTBC가 각 자회사를 통해 넷플릭스와 장기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공고히 맺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유리한 승부수다.

티빙의 시작점이 LG유플러스 자회사 LG헬로비전의 전신인 CJ헬로비전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 LG헬로비전이 기존 OTT 서비스 ‘뷰잉’과 OTT 박스 ‘스틱’을 이달 중 종료하기로 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티빙 연합과의 협력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는 KT는 이미 CJ ENM, JTBC 콘텐츠를 적극 수혈하고 있다. 웨이브에서 이들 콘텐츠가 공급 중단된 것과 달리, KT ‘시즌’은 VOD 채널을 확보하고 월정액 결합 상품도 출시했다. 약 800만 가입자를 둔 IPTV 시장 1위의 지위를 적극 활용한 결과다.

티빙 연합은 향후 넷플릭스와의 결속 강화도 기대된다. 양사의 각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콘텐트허브’는 앞으로 3년간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 공동 프로덕션 등 협업을 약속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넷플릭스가 지분 4.99%를 넘겨받을 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빙이 국내에선 KT 또는 LG유플러스, 해외에선 넷플릭스와 손잡는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면서 “특히, 웨이브와 선을 긋는 대신 넷플릭스와의 관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향후 아시아를 넘어 북미 OTT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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