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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 톡] 현대HCN 종착지는?…‘답정너’ SKT냐 LGU+ 추가 배팅이냐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방식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HCN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 부문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에이치씨엔(신설법인)’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다.

현대HCN은 지난해 매출 2928억원, 영업이익 4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예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 14%를 기록할 정도로 견실한 실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알짜 회사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케이블TV 산업이 쇠퇴하면서 1위 LG헬로비전(옛 CJ헬로), 2위 티브로드 등이 IPTV 사업자에게 매각되는 신세가 됐다. 업계 3위인 딜라이브 역시 수년전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시장상황이 바뀌고 업황 자체가 개선될 여지가 적어지면서 현대HCN 역시 독자적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롱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현대HCN의 M&A 가치와 새로운 주인은 누가될까.

가치는 먼저 M&A를 진행했던 사업자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겠다.

과거 케이블TV M&A 때마다 통상적으로 적용했던 셈법은 가입자당 가치다. 딜라이브(구 씨앤앰)의 경우 가입자당 1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 케이블TV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의 가치가 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IPTV가 없고 케이블TV 독점 시대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금액이다.

간헐적으로 진행됐던 CJ헬로 등 5대 MSO의 지역SO 인수합병 경우 가입자당 가치가 40~50만원선에 형성됐다. 그러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하며 대형 MSO의 가치가 매겨졌다.

CJ헬로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420만 가량이다. 하지만 CJ헬로의 경우 가입자당 가치를 매기기 쉽지않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8000억원을 들여 CJ헬로를 인수했다. 최대주주 CJ ENM으로부터 지분 50%+1주 취득 비용이다. 1주당 2만원 가량의 가치가 매겨졌다.

여기에 CJ헬로는 알뜰폰 업계 1위였고 부채도 9000억원에 육박했다.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곱하고 나누면 되겠지만 순수한 유료방송 가입자당 확보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애매하다. 게다가 수년 후 LG유플러스가 다시 LG헬로비전을 합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수합병 비용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도 아니다.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단기적으로는 LG유플러스가 손해본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간 합병에서도 가입자당 가치를 산출하기 쉽지 않다.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교환 방식으로 이뤄졌다. SK텔레콤이 지분 74.4%, 태광산업이 16.8%, 재무적투자자(FI) 8% 등으로 구성됐다.

현시점에서는 과거 통용됐던 가입자당 얼마 식의 비용산출이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MSO들이 지역SO를 M&A 할 때 기준이었던 40~50만원선을 적용하면 현대HCN의 가치는 5000~6000억원선이 될 수 있겠다. 현대HCN의 가입자는 134만5000명이다. 다만, TV홈쇼핑을 보유한 현대백화점 그룹이 어떠한 방식으로 현대HCN을 매각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그룹 입장에서 연매출 3000억원 수준에 영업이익이 10%대 중반인 자회사를 헐값에 넘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대HCN은 강남, 서초 권역에 가입자당매출(ARPU)도 양호하다. 현시점에서는 유료방송 2위 자리 캐스팅보트도 쥐고 있다. 케이블TV 산업 자체가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의 M&A 인가조건 덕에 수년간은 현재의 케이블TV 시장이 유지될 전망이다. 여기에 KT를 둘러싼 규제가 해소돼 KT까지 시장에 뛰어들 경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상황이 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LG헬로비전 사례에서 보듯 수년간 M&A 이슈에 매몰될 경우 제대로 된 투자,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실적악화는 정해진 수순이다.

매수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니즈, 자금조달 측면에서 SK텔레콤이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종착지로 거론됐다. ‘답정너’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KT의 경우 규제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 국회 등에서 획기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는 한 M&A를 추진해도 공정위, 과기정통부 등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업계 1위 LG헬로비전을 인수했다. 실탄에 여력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LG유플러스의 관심, SK텔레콤의 먼 산 바라보기로 정리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볼 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경쟁이 붙어야 가치가 상승한다. 그런 측면에서 SK텔레콤의 무관심은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호가를 높여 경쟁사에 부담을 입힌다는 측면에서 LG유플러스의 관심(?) 역시 정해진 수순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을 품을 경우 확고한 유료방송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통신방송 분야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부문은 유료방송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의 추가배팅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더 받으려는 자와 부담을 낮추려는 구매자, 그리고 둘 간의 거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3자가 존재한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작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변수도 등장했다. 그동안 매수자가 정해져 있던 LG헬로비전과 티브로드처럼 매도, 매수자가 명확했던 것과는 달리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곤두박직 친 이후 3월말 현대백화점의 분할매각 발표를 앞에두고 주가가 급반등 한 상황이다. 7일 3시 현재 주가는 3500원선. 평상시 현대HCN의 주가는 4000원을 전후했다. 현재 현대HCN의 주가는 M&A 호재가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폭락한 다른 통신방송 주에 비하면 나름 선방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M&A 호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다. 당장 M&A가 마무리 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의외로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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