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무서운 쿠팡, 결국 일냈다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쿠팡(대표 김범석)이 다소 놀라운 지난해 성적표를 내보였다. 쿠팡의 실적을 접한 업계는 ‘무서울 정도’라는 평가다.

14일 쿠팡의 2019년 감사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은 7조1530억원이다. 전년대비 64.2% 성장한 수치다. 놀라운 수치이긴 하지만 업계 예상 범위에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업계 관측을 빗나갔다. 대규모 물류 투자로 적자가 늘어나리란 게 대체적인 업계 시각이었으나 오히려 대폭 줄어든 까닭이다. 전년 1조1279억원에서 7205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일각에선 지난해 쿠팡이 1조4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점쳤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시장 예상치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적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는 물류망과 덩치를 이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배송 혁신’이 결국 일냈다=
쿠팡은 ‘배송 혁신’이 지난해 매출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점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한 점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점을 꼽았다.

현재 쿠팡은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로켓배송센터 배송망을 기반으로 작년 1월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중이다. 올해는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그동안 쿠팡은 ‘빠르고 안정적인 물류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경쟁사가 배송을 외주로 돌려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쿠팡은 자체 배송과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물류 인프라 고도화엔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주문할지 AI로 예측해 미리 사들여 전국 로켓배송센터에 쌓아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빠른 경로로 고객 집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과 고도화에 2000명의 엔지니어들이 매달려 있다.

◆‘한국의 아마존’으로…연매출 10조원도 불가능 아냐=이번 실적으로 쿠팡을 향한 세간의 우려가 상당 부분 희석될 전망이다. 물류 투자가 적자 확대의 부메랑이 될 것이란 기존의 단순 계산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쿠팡의 전략은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상쇄하는 미국 아마존의 전략과 빼닮았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앞다퉈 ‘한국의 아마존’을 목표했지만, 쿠팡이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추세라면 쿠팡이 올해 연매출 10조원 달성도 불가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쿠팡의 거래액만 3조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월 거래액이 1조원을 넘겼다. 적자 규모를 또 다시 줄일지도 업계 관심사다.

◆‘일자리’ 창출 성과도 강조=
쿠팡은 공시 보도자료를 내면서 직간접 고용 인력이 2018년 2만5000명에서 2019년 3만명으로 1년 새 5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건비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5년간 14배 뛰었다. 그 기간 누적 지급된 인건비는 4조680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지난해 연매출 30억원 이하 미니기업 6만2000개와 함께 성장했다고 전했다. 쿠팡 파트너사 10개 중 7개가 이런 미니기업들이다. 이들이 지난해 쿠팡을 통해 올린 매출은 4조원이 넘었다. 전년보다 미니기업 수는 1만5000개 늘었고 매출은 1조4000억원 커졌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이대호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