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기지개 켜는 中 반도체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절반이 지난 지금, 성과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건 메모리반도체 분야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지난 14일 128단 낸드플래시 ‘X2-6070’ 성능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64단 낸드에 이어, 연내 128단 제품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램 판매를 개시했다. 중국 업체 중 처음이다.

시스템반도체도 성장세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SMIC는 업계 ‘TOP5’에 진입한 지 오래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칭화유니 그룹 유니SOC 등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업계는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가 4~5년에서 1~2년으로 줄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내포된 의미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일정 수준까지는 금방 추격하더라도 그 이상은 어렵다’와 ‘중국의 발전 속도가 우려스럽다’다. 의견차가 있었지만, 공통된 생각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우뚝 일어섬)가 언급될 때 디스플레이는 매번 비교 대상에 오른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쳤다. 결국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밀려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다시 한발 앞서나갔지만, 중국은 ‘LCD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같은 상황이 반도체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국가라는 점도 무서운 이유다. 화웨이는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됐다. YMTC, CXMT, SMIC 등 역시 현지 수요만으로 급성장할 수 있다. 큰 시장과 대규모 투자는 인력 유출로도 이어진다. 이미 2~3배 높은 연봉을 앞세워 국내 엔지니어들을 끌어가고 있다. 기술 격차를 1~2년으로 줄이면서 인재는 곧 기술력임을 재증명했다.

디스플레이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중국은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변수가 있지만, 물량 앞에 장사 없다. LCD 다음은 OLED, 그 다음은 반도체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반도체는 기지개를 켰다. 기지개를 켜고 나면 일어선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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