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뛰어넘은 ‘파격’, 삼성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노사문제 매듭” 약속 (종합)
- 자녀 경영권 승계 안 해…무노조 경영, 폐기 공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경영권 승계, 노사문제 등 삼성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없다고 확언했다. 또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다고 약속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두 번째다. 당시는 삼성서울병원의 초동 대처 미흡이 국내 메르스 확산 원인이 된 것에 대한 사과였다. 이번 사과는 지난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행위 등에 대한 사과와 향후 준법 의지 표명을 직접 공표하라고 권고한데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또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보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라며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 부회장 이후 경영권 승계 논란 발생 여지를 없앴다. 그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노사 문제 역시 무노조 경영 폐기에 그치지 않고 선진 노사문화 정착 모범이 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라며 “노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경영능력에 대한 논란에 대한 반성도 포함했다. 전문 경영인 등에게 힘을 싣고 성별 학벌 국적 차별 없는 삼성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다”라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기대 이상 사과와 미래를 제시함에 따라 진행 중인 재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부회장은 승계와 관련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노사 문제는 삼성애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재판에 여러 임직원이 얽혀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사안도 여럿 있다.
다음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문 전문이다.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 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 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습니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노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 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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