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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넷플릭스, 망 안정성 볼모로 갑질 못한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이제 통신사뿐 아니라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글로벌 공룡 CP가 통신사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계약 조건을 받기 위해 망 안정성을 볼모로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마지막 법안소위를 열고 글로벌CP 역차별 해소 관련 법안을 비롯해 n번방 방지법, 요금인가제 폐지안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법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과방위 여야위원은 5시간가량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를 진행, 총 29건 법안을 다뤘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글로벌CP 역차별 해소안과 n법방 방지법의 경우,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으나 법안 취지와 주요 사항에 대한 협의는 이뤄냈다. 다음 날인 7일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CP, 망 품질 의무 ‘첫 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대형 글로벌CP는 ‘망 무임승차’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소송까지 제기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급하고 있지만, 과거 2016년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CP와 역차별 문제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글로벌CP가 망 품질을 볼모로 삼아 이용자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부분이다.

이에 과방위는 주요 글로벌CP 규제 법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CP에게 전기통신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관리적·경제적·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법안에 여야 모두 동의했다. 다만, 용어에 있어 망 품질 의무보다는 망 안정성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CP 대상 국내 서버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국제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보류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망 실태조사 권한의 경우, 7일 추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 미래통합당 간사 김성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장은 “글로벌CP 관련 법안 중 큰 흐름에서 수용한 가능한 범위에 집중했다. 국내기업 피해를 줄이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면서, 해외사업자에 정당한 책임을 주는 원칙을 세웠다”며 “유민봉 의원(미래통합당) 법안 중심으로 반영됐으며 망 품질 의무의 경우 용어 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대리인제도도 포함하기로 했다. 전체회의 때 최종 정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n번방 방지법의 경우,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디지털성범죄물 근절 및 범죄자 처벌을 위한 다변화된 국제공조 구축 촉구 결의안’ 중심으로 정리됐다. 정부가 디지털성범죄물 제작에서 유통까지의 전 과정에서 국제공조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역외규정을 도입하며, 부가통신사업자에게는 ‘즉시 삭제 의무 및 필터링 등 사전적 기술’을 도입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회 관계자는 “해외사업자 처벌 가능한 역외 규정, 전담자 지정 등에 대해 이견은 없었다”며 “국내 사업자와 동일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의했고, 구체적 내용은 전체회의 때 다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약 30년만에 요금인가제 폐지, ‘유보신고제’ 전환=이날 과방위는 법안소위를 통해 통신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91년 도입된 통신요금인가제는 29년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현재 SK텔레콤 이동전화와 KT 시내전화가 요금인가제를 적용받고 있다. 무제한 음성통화 서비스 확산 후 시내전화 요금인가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며, 이동전화 또한 후발사업자 점유율 상승과 알뜰폰 사업자 시장진입이 일어난 상태다.

특히, 요금인가제로 인해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요금을 내놓으면 나머지 사업자들이 이와 유사한 요금을 출시하면서,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에 사업자 간 요금경쟁 촉진을 위해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자는 논의는 19대 국회부터 진행됐다.

과방위는 현행 요금인가제도를 폐지하고, 요금제 신고 때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는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정 이용자를 차별하는 등 이용자 이익 침해 우려를 막고, 도매제공대가에 대한 불공정한 요금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 의원은 신고제 폐지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상임위로 다시 돌려보낸 주요 법안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했다. 법사위는 과방위가 야당 없이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은 채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을 의결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과방위 여야는 소포트웨어(SW)진흥법 전부개정안, 전자서명법, 국가정보화 기본법 등을 합의한 후 통과시켰다. 전자서명법의 경우, 공인인증제도 ‘폐지’라는 용어에 대한 갑론을박을 거쳤다. 기존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인인증제도 개선 및 다각화로 변경하기로 했다.

국가정보화 기본법은 4차 산업혁명 지원을 위한 범국가적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인공지능(AI) 전문가 교원 겸직을 허용하도록 돼 있다. AI 전문기업인에 대한 교원 겸임 또는 겸직에 관한 특례가 적용된다. 교육공무원도 소속기관 장의 허가를 받아 지능정보기업 대표 또는 임직원을 겸임할 수 있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에서는 국가기관 사업 추진 때 양자응용기술을 우선 구매 가능한 조항을 추가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관련 후속 대책으로 발의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통신재난 관리 대상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단, 해당 IDC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 및 현안은 오는 7일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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