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기협 “정부는 플랫폼 규제로 답 찾지말라”

이대호
- “대한민국 디지털 경쟁력 약화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7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정부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텔레그램 n번방 재발방지 대책과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대책, 통신재난 관리대책 등 해결책이 플랫폼 규제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협회는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모두 플랫폼 규제를 통해 찾으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홀로 퇴보하는 길임을 엄중히 인식하고 관련 업계와의 소통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발전적 입법을 추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성명을 밝혔다.

인기협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차단물에 대한 판단을 맡기고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의무까지 부과해 결국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부담을 지우고 국내외 사업자 역차별까지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에 문제가 많다는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의 글로벌 콘텐츠제공자(CP) 대책도 결국 부메랑이 돼 국내 사업자들들 옥죌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인기협은 “우리나라 CP, 스타트업 등 창업자들의 혁신의 날개를 꺾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 약화만을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인기협 성명 전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국회가 텔레그램 n번방 재발방지 대책, 글로벌 CP 대책, 통신재난 관리대책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모두 플랫폼 규제를 통해 찾으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홀로 퇴보하는 길임을 엄중히 인식하고 관련 업계와의 소통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발전적 입법을 추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 재발방지 대책 중 하나인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강화 방안은 관련 사건에 정밀한 대응책이 아닌 국내 사업자 규제강화 정책으로 그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는 점은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현재 국민이 애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미 자율적으로 서비스내의 불법정보를 정화하고 있는 바, 인터넷 사업자에게 사업자가 판단하기 어려운 불법촬영물등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의무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의무를 부과하거나,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제도의 신설은 관련 사업자에게 문제해결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며, 결국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혁신을 저해하고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로 퇴보하게 함과 동시에 이용자의 불만과 불편을 야기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국내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의 글로벌 CP 대책도 통신사 고유의 의무를 CP들에게 전가하고, 목적한 바와 달리 국내 사업자 규제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우리나라 CP, 스타트업 등 창업자들의 혁신의 날개를 꺾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 약화만을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의무를 도입하려는 것은 지난 KT 아현지국 화재사태의 책임을 통신사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전가했던 선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책임전가행위의 반복일 뿐이다.

국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공공성과 공익성을 요구받는 방송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를 수범자로 하고 관련 기금의 징수대상 등을 다루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일부 사업자를 포함하려는 법개정을 추진[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인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국가정보화 기본법」 제23조의3에 따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제35조 제1항 제4호 신설),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내용에 데이터센터의 보호에 관한 사항 추가(제35조 제2항 바목 신설)]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법률의 제정 취지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개정안이다.

더욱이, 개정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Internet Data Center)는 법에서 정의하는 사회기반시설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서버들을 한곳에 모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설로, ① 기간통신설비 또는 방송설비와는 달리 인터넷 제공을 위한 필수시설에 해당하지 않고, ② IDC 운영을 희망하는 사업자에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신고절차 외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점으로 볼 때, 방송통신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송통신시설 등에 데이터센터를 포함시키는 것은 격이 맞지 않으며 과도한 것이다.

또한, 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 등)의 규정에 따라 재난에 대비한 보호조치 등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어 불필요한 중복 규제에 불과하다.

인기협은 국회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헌법의 원칙이 유효함을 증명해 주기를 희망한다.

최근 글로벌 CP의 국내 진출 등을 이유로 일정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기간통신사업자에 해당되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주파수와 채널 등 한정된 국가 자원을 할당받고, 법에 따라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특허 사업자와 달리, 특허받은 국가 자원도 진입규제 같은 보호막도 없이 완전히 다른 여건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며 성장해온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비슷해 보이는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전혀 형평과 사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인터넷과 기술발전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여러 가지 방법 중 부작용이 가장 적은 것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임에도, 플랫폼 기업에게 과도한 의무를 계속 신설하는 방법은 만들기는 쉬우나 그 부작용과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큰 것이다.

한편, 해외 여러 국가에서 자국을 데이터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및 유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들을 만들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인터넷 기업들은 국회에 바란다, 우리는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부당하게 의무를 전가하고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의무를 부과하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규제법안의 대량산출이 아니라, “인터넷 기업들이 진정 기술 개발과 서비스 혁신에 매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방패와 반석이 되어줄 진흥법안을 만들어 달라!”.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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