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모여봐요 미·중의 숲

김도현

- 美 선제공격에 中 반격…등 터지는 반도체 제조사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인기다. 무인도에서 동물 주민들과 섬을 가꾸는 내용의 게임이다. 출시 11일 만에 전세계에서 1177만장이 팔렸고, 국내서도 게임 타이틀을 구하기 위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으로 반도체 업체를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모여봐요 미·중의 숲’이다. 무역분쟁의 2라운드 격이다.

선제공격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의 아시아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할 것을 요청했다. 화웨이 저격도 동반됐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이 목표인 중국은 반격에 나섰다. 대상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 퀄컴, 시스코 등이다. 거래 금지 업체 지정 및 시장 접근 제한 등으로 타격을 줄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자력갱생에도 힘쓰고 있다.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에 22억달러(약 2조7075억원)을 투자했고, 4~5년 전부터 신생 반도체 기업에 펀드 형태로 수십 조원씩 투입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난처해진 건 반도체 제조사다. 대만 TSMC는 미국의 압박에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주요 고객사인 미국 업체와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도 오스틴 공장 증설을 두고 고심 중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60%를 소화하는 나라다. 미국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있다. 양국에 중요한 고객사가 있어, 어느 한쪽도 놓칠 수 없다. 미·중 싸움에 칩 메이커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향후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 둘 다 붙잡는 것이다. 각국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래를 이어가는 그림이다. 정부의 외교적 지원도 받쳐줘야 한다. 안보와 경제 모두를 지키는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메모리 불황, 일본 수출규제 등을 마주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G2 반도체 전쟁 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일본의 공격을 막아냈듯 미·중 갈등을 이겨내길 바란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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