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서두르면 넘어진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와 통신3사가 제시한 5G 확장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연내 통신3사는 5G 주파수 대역 28GHz와 5G 단독모드(SA)를 상용화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경기침체‧투자위축 등에 직면했다. 한국향 장비개발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고, 단말 출시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28GHz 대상인 기업(B2B) 시장 또한 코로나19 영향권 내 있으며, 법제도 정비도 해결하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계획한 상용화 일정도 하반기로 미뤘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통신업계 분위기다. 그럼에도, 통신3사는 연내 28GHz를 상용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 제출한 주파수 활용계획에 따라 통신3사는 각각 올해 1만5000개씩 28GHz 기지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무구축 조항을 위반하게 돼 페널티를 받게 된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보여주기식 기지국 구축이라도 나서야 한다. 시장과 업계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례로 28GHz가 적용될 수 있는 산업분야는 스마트팩토리다. 공장을 5G 자동화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제조업이다. 미국‧유럽 등 코로나19 확산과 경제봉쇄 영향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부터 전산업생산은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4월 제조업 생산은 2008년 12월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갔다. 자율주행과 원격진료의 경우, 기술개발뿐 아니라 사회적합의를 이뤄내야 하고 법‧제도 개정도 함께 선행돼야 하는 문제다. 단기간에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확실한 수익모델도, 당장의 이익도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가 막대한 설비투자비(CAPEX)를 투입해 망 투자에 나설 요인이 부족하다. 물론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등은 미래 먹거리인 만큼 중장기적 투자가 이뤄지겠지만, 올해 반드시 기지국을 구축해 이를 해결해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차라리 올해엔 일반을 대상으로 한 전국망 대역 3.5GHz를 촘촘히 구축하고 인빌딩(실내) 커버리지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은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5G 우위에 서면서 국내장비기업 수출 활로를 열었다. 반면, 소비자 5G 품질 불만은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5G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LTE 단말로 몰리고 있으며, 커버리지에 대한 불만족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를 줄이라는 말이 아니다. 당장 필요한 곳에 투자를 집중라는 뜻이다. 지금은 5G 소비자(B2C), B2B 시장을 겨냥할 킬러 서비스를 발굴하고 품질개선을 이루는 한편, 코로나19 리스크에 대응할 때다. 한국은 세계최고 5G를 공언했다. 세계최고는 한 걸음에 되는 것이 아니다. 서두르면 넘어진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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