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재용영장기각②] 한숨 돌렸지만 삼성 경영위기 ‘진행형’…내우외환 ‘여전’

윤상호
- 4년째 사법 리스크 족쇄…코로나19·미중 갈등, 불확실성 가중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삼성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총수 부재 한 고비를 넘었다. 안심은 이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남았다. 사법 리스크로 인한 삼성의 경영위기는 4년째 진행형이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신청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 불법행위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실장 ▲김종증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지난 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4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 전까지 검찰과 삼성은 사실상 언론을 통해 유무죄를 다퉜다. 삼성은 이례적으로 세 차례 입장을 통해 언론보도를 강하게 반박했다. 그때에 비하면 이번 입장은 수위가 약하다.

재계와 법조계는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1년8개월여를 진행했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까지 합치면 4년여를 사법 리스크 속에서 보냈다. 사업 전략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이 부회장 및 임직원 불확실성으로 지난 4년 동안 정기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기와 범위가 재판 및 조사 일정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삼성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삼성의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라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외신도 삼성 경영위기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각각 ‘이 부회장의 현 상황이 삼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불룸버그는 각각 ‘이 부회장이 없을 경우 의사결정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은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의 미래 불확실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검찰은 일단 수사심의위를 지켜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 중 15명을 추첨해 구성한다. 여기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2일 남았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전문가가 검찰 수사 적절성과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는 기구다. 검찰이 자체 개혁 수단으로 만들었다. 영장이 기각된 마당에 2일 밖에 남지 않은 시간 수사심의위를 무력화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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