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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책임은 강화하고 한도는 풀고…금융위 규제 개선, 누가 어떤 영향받나?

이상일
-선불전자지급수단 한도 증액…대형 사업자 곳간 늘릴 듯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전자금융사고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이 강화되는 한편 ‘OO페이’로 대표되는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이용 한도가 최대 500만원까지 올라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제3차 규제입증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전자금융거래법·신용정보법 관련 142건의 규제를 심의해 26건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개선과제 주요 내용 중 눈에 띠는 것은 금융회사 등이 책임지는 전자금융사고의 범위 확대다.

현재 금융회사 등은 접근매체 위·변조 등 특정한 전자금융사고에 대해서만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데 전자금융거래가 복잡·다양화됨에 따라 전자금융사고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회사 등이 1차적으로 책임·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전자금융업법(9조)에서는 은행 증권사 등을 포함한 전자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사고에 대해 ▲접근매체에 대한 위·변조 ▲정상적으로 클릭을 했는데도 계약 체결 또는 거래 지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업법을 바꿔 이용자의 고의나 과실이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금융사에 책임을 묻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의 보안 정책 및 투자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금융보안에 대해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는데 이번 전자금융사고 범위 확대도 같은 맥락으로 추진되는 사항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보안 투자는 물론 엔드포인트 침해탐지 및 대응시스템(EDR) 등 최신 기술의 도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고객의 전자금융 사용 여정을 추적, 관리하는 보안 기술 도입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사 보안 담당자는 “금융사가 1차적 책임을 지지만 핀테크 업체 등 제3자를 통한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추적 및 증거를 남기기 위한 시스템 중요도가 켜졌다”며 “이와 함께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상품 가입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불전자지급수단 한도도 증액된다. 현재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한도를 200만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300~500만원으로 증액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송금 및 간편결제 업체들의 서비스 규모 확대는 물론 새로운 신시장 창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간편결제 등의 한도 증액은 업계를 통해 꾸준히 제기돼왔으며 최근 핀테크 해외송금업자 송금 한도도 증액돼 왔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외국환 거래법’을 개정해 ‘선불 전자지급수단의 해외결제’를 허용하는 등 변화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한도가 증액됐다고 해서 모든 시장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란 의견도 나온다.

한 간편결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한도 200만원이라는 금액이 적어서 시장이 크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라며 “한도가 늘어나면 충전하는 금액이 사업자 계좌에 들어오니 유보금 입장에선 긍정적이지만 실제 서비스를 위해서는 200만원이라는 금액도 적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한도 증액의 효과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사업자의 곳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이 전체 충전잔액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고객이 많아지고 충전 잔액을 고액으로 쌓을수록 이들 사업자는 고객에게 이자, 포인트 등 다양한 보상책을 유인할 수 있다. 결국 건당 결제 시장이 확대되기 보다는 누적되는 충전액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여지를 줄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업 인허가 대상 정비·확대를 위해 마이페이먼트(MyPayment)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에 나선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단일 라이센스로 모든 전자금융업을 영위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 기존 전자금융업 인허가 업체 외에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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