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기안84 논란’, 어디서 또 터져도 놀랍지 않을 이유
-“표현의 확장성 가진 창작물 심의 어려워”
-플랫폼 내부 가이드라인으로 점점 기발해지는 표현 방식 못 따라잡는다
[디지털데일리 김소영기자] 네이버웹툰의 인기 작가 ‘기안84’의 성인지 감수성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일각에서 그의 웹툰 ‘복학왕’ 여주인공이 상사와의 성관계를 통해 대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 및 표현 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논란은 복학왕을 제공한 플랫폼 네이버웹툰에까지 번졌다. 작품의 선정성에 대한 회사의 내부 심의 과정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네이버웹툰 측은 한국만화가협회의 자율규제위원회의 연구를 회사 내부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한국만화가협회의 자율규제위원회는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창작환경 구축을 위한 제도적 안정장치를 마련한다는 등의 취지로 ‘웹툰 자율규제 연령등급 기준에 관한 연구’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서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는 논의 최종 단계에서 웹툰 연령등급분류를 위한 자가진단표를 내놨다.
이 가운데 선정성에 관한 항목을 보면, ‘성적 내용과 신체 노출에 있어 가벼운 수준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된 것’은 12세 이상 유통등급으로 제시됐다. ‘성적 행위가 있음을 암시하나 자극적, 구체적, 지속적,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은 15세 이상 유통 등급에 해당한다.
18세 이상의 유통 등급에는 ‘성적 내용이나 신체 노출에 있어 선정성의 요소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이 해당한다. 성관계 장면을 직접 노출하지 않은 복학왕의 문제 장면은 사전 심의에서 18세로 분류되기 어려워 보이는 지점이다.
해당 연구에 대해 네이버웹툰 측은 “네이버웹툰 뿐만 아니라 다른 타사 웹툰회사와 플랫폼에서도 해당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고, 카카오페이지 측은 자율규제위원회 기준보다 자사의 가이드라인이 “좀 더 상세하고 정밀하게 나와있다”고 밝혔다.
웹툰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더 재밌어지기 위해 더 기발해지는 (창작물의) 표현 방식은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표현의 확장성을 가진 창작물의 심의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기안84처럼 심의 가이드라인을 빗겨간 표현 방식으로 이슈가 일어날 가능성은 어느 플랫폼에나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문제가 된 복학왕의 장면들은 이미 다른 장면으로 대체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17일, 기안84 작가의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인 수는 10만8000명 이상이다. 청원이 시작된 지 닷새만의 기록이다. 작가가 출연한 예능 프로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해당 논란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웹툰이) 모든 사람들의 관점을 다 맞출 순 없는데 한쪽 관점에 맞춰서 연재가 중단되면, 이후에 나올 웹툰에서 볼 수 있는 표현의 범위도 줄어들 것”이라며 “웹툰 전반의 콘텐츠 경쟁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영 기자>sor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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