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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5G 정책, 실효성 있나…정부·통신사·알뜰폰 ‘동상이몽’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알뜰폰을 통해 5~6만원대 고용량 5G 요금제 출시를 꾀하고 있다. 알뜰폰 5G 시장을 확대하고 가계통신비도 절감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통신업계도 심지어 알뜰폰업계도 마뜩잖은 눈치다. 통신사들은 5G 투자가 채 끝나기도 전 주력 요금제마저 알뜰폰에 내줘야 할 판이고, 정작 알뜰폰업체들은 5G보단 더 저렴한 LTE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칠까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시장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과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협의하고 있다. 대상은 5G·LTE 요금제로, 특히 월 7만5000원의 SK텔레콤 주력 요금제인 ‘5GX스탠다드’(월 200GB+소진 후 5Mbps)의 경우 도매대가 10% 인하를 골자로 논의 중이다.

도매대가는 통신사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알뜰폰이 지불하는 사용료로, 현재 5GX스탠다드와 같은 데이터 기반 고가 요금제에는 ‘수익배분방식(RS)’이 적용돼 있다. 알뜰폰업체가 이 상품을 팔면 통신사가 수익의 75%를 가져가는 구조다. 그래서 고용량 5G 요금제는 알뜰폰이라 해도 한달 요금이 6~7만원꼴이다. 선택약정할인 25%를 감안하면 오히려 통신사 상품이 5만원대로 내려가 더 저렴하다.

이에 정부는 얼마 전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따라 5GX스탠다드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RS)를 10% 인하해 현행 75%에서 67.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알뜰폰에서도 고용량 5G 요금제를 5만원대에 팔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인하폭을 69%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도매대가를 인하하게 되면 자연스레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벌써부터 5G를 싼 가격에 도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3G나 LTE 도입 때는 망이 어느 정도 깔리고 나서 알뜰폰에 출시되는 게 순서였는데 지금은 몇 단계를 건너뛴 느낌”이라며 “정부 입장도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창 5G 투자가 진행되는 시기에 도매대가를 과도하게 낮추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도매대가는 도매대가대로 낮추면서 보편요금제나 중저가요금제 출시 압박은 그대로이다보니 내부적으로도 굳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하나 회의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알뜰폰업계에서도 5G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일단 수요 자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5G 시장 규모 자체가 극히 적어 그보다는 LTE 도매대가 인하를 더 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알뜰폰 5G 가입자는 간신히 2000명을 넘은 수준으로, 알뜰폰 3G·LTE 가입자(729만5064명)의 0.0002%에 그친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5G 단말 수급이 힘들고 실질 가입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보자면 나중에 통신사에서 24개월 약정을 마치고 알뜰폰 유심으로 갈아타는 경우를 기대하고 있다”며 “아직은 LTE 가입자가 월등히 많아 오히려 LTE 도매대가가 획기적으로 내려가야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정작 정부가 현재 SK텔레콤과 진행 중인 LTE 도매대가 인하 협의는 5G 인하 목표인 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도매대가가 75% 수준으로 유례없이 높으니 우선 그 부분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며 “LTE는 요금구간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낮추기 어렵고 그간 인하 폭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LTE 도매대가는 작년 9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 소폭 낮춰진 이후 미미한 수준 인하에 그쳐왔다. LTE밴드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월 11GB(+일 2GB) 기준 2017년 3.3%p, 2018년 3.5%p, 2019년 1.5%p 인하폭으로 도매대가가 줄었으며 지난해 개방된 T플랜 요금제도 100GB 고용량 구간은 도매대가가 62.5%로 높게 책정됐다.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입장에서는 고용량 구간 LTE 도매대가가 지금보다 20% 이상으로 낮춰져야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알뜰폰을 통해 더 저렴한 5G 요금제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멀리 보면 알뜰폰도 5G 시장을 준비해야 하고 그때에 맞춰 도매대가 인하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만 LTE에 보다 집중하면서 5G도 함께 가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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