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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치는 새벽에도 배송이라니... 다른 대안은 없나

김소영
사진=쿠팡 '택배없는 날' 응원 광고 한 장면
사진=쿠팡 '택배없는 날' 응원 광고 한 장면

[디지털데일리 김소영기자] 6일 기상청은 10호 태풍 하이선의 북상으로 오는 7일~8일 전국이 직접 영향권에 들 것을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권에 들었던 부산 지역에서 새벽 시간까지 배송을 진행한 쿠팡 차량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선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택배기사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논란이 일자 쿠팡 측은 “외부에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태풍에 대한 명확한 안전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쿠팡 노조 고위 관계자는 “운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사고가 터지면 ‘캠프’라고 하는 지역별 배송 기지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보고를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물류업계 내부의 사정을 떠나 우리 사회의 온라인 상거래 문화가 이제는 배달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과도하지않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 건강 해치는 일이라 ‘쿠친’처럼 직고용 아니면 잘 안 해”

쿠팡 노조에 따르면 쿠팡의 배송은 날씨와 상관없이 1년 내내 진행된다. 화제가 된 것처럼 늦은 새벽까지 배송이 진행되는 경우는 대개 새벽 배송이다. 여기서 새벽배송은 주로 쿠팡의 ‘쿠친’과 같이 직고용된 기사들이 수행한다.

쿠친처럼 회사에 직고용된 기사들 외에, 택배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특수고용직(개인사업자) 기사들은 새벽배송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서비스 특성상 밤낮이 바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일이라는 이유다. 실제로 쿠팡 노조 관계자는 야간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매우 짧다고 전했다.

쿠팡 노조 고위 관계자는 “쿠팡 HR(인사팀)에서 ‘물량이 너무 많다, 너무 힘들다’를 퇴사 이유로 꼽는다고 들었다”며 “노동 강도가 강한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정상적인 일상 주기를 잃은 새벽배송 기사들이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쿠팡은 이미 직고용을 하는 등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기사들에게 관련 지원을 제공할 의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 누군가에겐 생업...“해야한다면 안전문제 대비·순환 2교대 해야”

쿠팡 노조를 벗어난 택배 업계에서도 “새벽배송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 대다수가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데, 아무리 편리함과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새로운 직업군을 생성할 때 사람의 건강·생활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지 않나”라는 지적이었다.

다만 쿠팡 노조 내부에선 건강 문제를 겪는다 해도, 야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이 아쉬운 사람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새벽 배송을 없앨 수 없다면 순환하는 2교대가 그나마 나은 선택지”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우기·혹서기 같은 삼중고엔 적재 물량 제한과 같은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쿠팡 말고도 물류 업계 산업이 코로나 때문에 특수를 맞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제한없이 감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택배 업계 관계자 역시 “아직 택배 현장에 대한 법과 제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건설현장 같은 경우는 폭염이나 폭우의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최소한의 안전 규정이 법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규모 있는 태풍뿐 아니라 폭염,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 대해선 적절한 기준과 원칙이 제도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전 규정 수립을) 택배사들한테 알아서 하라는 건 적절치 않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도와 관리 문제이기도 하고,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기자>sor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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