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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등쌀에 떠밀린 ‘5G 중저가 요금제’ 실효성 있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T가 4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세대별 특화 요금제를 제외하고 업계 첫 중저가 5G 요금제다.

정부와 업계는 저렴한 5G 요금제가 나온 것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기본데이터가 5GB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그간 5G 중저가 출시를 압박해온 정부 등쌀에 떠밀려 자칫 면피용에 그칠까 우려가 나온다.

5일 KT(대표 구현모)는 5G 신규 요금제 ‘5G 세이브’(월 4만5000원) ‘5G 심플’(월 6만9000원) 2종을 출시했다. 5G 세이브는 매달 5GB 데이터(소진 시 최대 400Kbps 속도)를, 5G 심플은 매달 110GB 데이터(소진 시 5Mbps 속도)를 제공한다. 특히 4만원대 5G 요금제는 청소년·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이와 함께 기존 기본요금제였던 ‘5G 슬림’(월 5만5000원) 상품의 기본데이터 제공량을 8GB에서 10GB로 올렸다. 신규요금제 출시로 5GB 구간이 생겼기 때문에 기본데이터 제공량을 좀 더 차별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5G 세이브와 5G 슬림은 요금이 1만원 차이지만 기본데이터는 2배가 됐다.

하지만 막상 5G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되자 일각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요금 자체는 내려갔지만 영상 스트리밍과 가상·증강현실(VR·AR) 등 5G 핵심서비스를 누리기에는 기본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데이터무제한 상품이지만 소진 시 제어속도를 400Kbps로 확 줄였기 때문에 동영상 하나를 내려받아 보기도 어렵다. 바로 윗구간인 5G 슬림 요금의 경우 기본데이터 소진 후에도 1Mbps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상반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G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많이 쓰는 게 특징이고 그래서 통신사들도 고용량·무제한 요금제를 중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이용자는 속도보다는 안정성을 보기 때문에, 아직 망이 촘촘히 깔리지 않은 5G보다는 LTE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5G 스마트폰 이용자의 1인당 트래픽은 26.6GB로, LTE(10.4GB)의 약 2.5배에 달한다.

앞서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한 알뜰폰과 비교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KT의 경우 선택약정 25% 할인을 적용하면 월 3만3750원에 5GB를 이용할 수 있지만, 주요 알뜰폰 업체들은 3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8~9GB 기본데이터와 제어속도 1Mbps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T가 총대를 메고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한 데는 정부의 지속적인 요구가 한몫을 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5G 상용화 첫해인 작년 말부터 중저가 요금제 필요성을 언급해왔고, 최근 과기정통부는 4만원 이하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재추진하기도 했다. 오는 7~8일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G 중저가 요금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KT가 가장 먼저 중저가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출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5G 요금제가 고가 위주였기 때문에 선택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었고 그로 인해 통신사들도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KT가 MNO(통신사)로서는 첫 5G 중저가 요금제를 냈다는 데 의미가 크고, 조만간 타사도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그러나 당초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지난해에만 8조2000억원에 달했던 5G 인프라 투자가 현재진행형인 데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실적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 올해 하반기에는 28㎓ 대역 상용화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5G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상품인데 중저가가 출시되면 기업 입장에서 그런 메리트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KT 입장에서 5G 요금제 확대를 통해 하반기 가입자 확보 드라이브를 꾀할 수 있는 이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 전용 스마트폰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5G를 망 개념이 아니라 서비스 개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중저가 요금제를 통해 5G 경험자를 늘리면 5G 가입율이 오르고 궁극적으로는 고가 요금제로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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