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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 플랫폼말고 환전상을 잡으라고요

이대호
부동산 매물화면 갈무리
부동산 매물화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정부와 국회가 수년간 부동산 플랫폼을 닦달했으나 허위·과장 매물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플랫폼 규제를 우회하는 낚시 매물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러다 허위·과장 부동산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물리는 개정 공인중개사법이 시행되자 단 며칠 만에 매물이 대폭 줄어드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업계에선 허위·과장 매물이 대거 사라진 것으로 파악했다. 행위자(게시자) 규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플랫폼 닦달하다 게시자 벌금 물리니 ‘부동산 허위매물 급감’>

최근 게임 플랫폼 규제 시도가 부동산 플랫폼 규제와 비슷한 양상이다. 정부가 웹보드게임 규제를 완화하고 스포츠 승부예측(베팅) 게임에도 적용 방침을 승계하면서 관련 시장이 개화하리라 예상했으나 그 전에 ‘원점 재검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은 “불법 환전 시장이 확인된 이상, 스포츠베팅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게임 플랫폼 입장에서 환전상의 일탈은 막기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규제를 우회하는 부동산 낚시 매물과 판박이다. 답은 간단하다. 행위자인 환전상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이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찰력도 동원돼야 한다. 게임을 선용하고 있는 대다수 이용자들을 제쳐두고, 극소수 불법 환전상이 존재한다고 게임과 플랫폼 운영 자체가 불법인 양 ‘이미 등급분류난 게임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주장은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보다 강력한 환전상 규제를 도모하되 업계 고충을 수렴한 플랫폼 규제를 더한다면 시장도 같이 살릴 수 있다. 스포츠토토 환전 시장이 게임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한다면 더더욱 환전상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 업계로 눈을 돌리면 정부와 국회의 규제 시도에 대해 노이로제(신경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텔레그램 n번방 문제가 터지자 곧바로 플랫폼 규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국내외 기업간 법 적용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플랫폼에게 성착취물 유통을 원천 차단하라는 것은 플랫폼 내 오고 가는 모든 콘텐츠를 사적 검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상식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하고 시행한다면 국내 플랫폼만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실상 판박이로 볼 만한 규제 시도가 웹보드,스포츠베팅 게임 시장에서 벌어질 우려가 있지만, 업계는 이렇다 할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재차 물어도 정부에 날을 세우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것을 우려한 것도 있고 여론 재판 과정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을 걱정하는 까닭이다. 상품권 환전으로 촉발된 바다이야기 사태가 게임 자체의 문제인 양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결과다.

웹보드가 아닌 일반적인 온라인,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려도 환전상은 존재한다. 그렇다고 누구도 게임이 잘못 설계됐다고 그리고 기업이 잘못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제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고 게임의 탓이 아닌 환전상의 범죄이자 일탈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웹보드 업계도 산업으로 불리길 원한다. 국외 웹보드는 여성까지 대거 끌어들여 캐주얼 게임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국회와 정부의 깨인 인식과 함께 산업까지 살릴 수 있는 발전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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