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N번방 · 박사방 등 가상자산 이용한 범죄, 수사 어려운 이유는?

박현영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이 6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금융거래:가상자산의 방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이 6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금융거래:가상자산의 방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유사수신행위 등 금융범죄는 물론 해킹 등 사이버범죄, 디지털성범죄까지 가상자산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수사당국도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가상자산 범죄 수사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가상자산 특유의 특징으로 인해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6일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 주최로 열린 ‘금융거래: 가상자산의 방향’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범죄 수사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최 과장은 수사 과정 상 문제점으로 ▲세탁된 가상자산 추적의 한계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협조 문제 ▲부정확한 고객정보(KYC)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훔친 자금 세탁에 미흡한 고객정보까지…가상자산 수사의 문제

우선 범죄에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이유는 익명성을 위한 것으로, 다양한 자금세탁 방법으로 익명성을 강화할 경우 범죄자 추적이 어렵다. 비트코인(BTC), 모네로(XMR) 등 가상자산을 디지털성범죄에 악용한 N번방, 박사방 사건에서도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믹싱’ 등 자금세탁 방법이 이용됐다. 믹싱이란 가상자산을 전송할 때 여러 개의 지갑으로 흩뿌린 뒤 다시 모아 전송하는 방식이다.

최 과장은 “믹싱 서비스를 이용한다든지, 장외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세탁 방법을 활용한다”며 “이로 인해 추적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협조 여부도 문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수사기관의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내국인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의 협조 역시 필수적이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제각기 다른 탓에 수사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최 과장은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 발생하면 해커가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동시키는데, 이 자산을 동결하려고 할 때 해외 국가 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만 보내도 협조하며 자산을 동결해주는 거래소도 있지만, 형사사법공조나 법원의 결정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범죄 발생 시 자료 제공을 요청해 고객 정보를 제공받아도 해당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도 많다. 거래소의 KYC(고객확인) 과정이 미흡한 탓이다. 위조 또는 도용 신분증으로 KYC를 하는 경우도 있고, 거래소가 아닌 단순 환전 플랫폼의 경우 본인인증 없이 이메일만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최 과장은 “고객 정보가 부정확한 것은 일반 사이버범죄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의 KYC 절차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전문 수사 인력 확보했다"…KYC 강화 등 추가 대책도 필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전문 수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해둔 상태다.

경찰청은 가상자산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가상통화 수사팀을 마련했다. 특히 가상자산 범죄 수사에는 국제 공조체계가 핵심이기 때문에 국제 공조 담당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전문 교육도 실시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추적 시스템을 도입한 후 추적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도 병행 중이다.

다만 인력 확보 외에 민간 차원에서 보강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거래소들끼리 의심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등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KYC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

최 과장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화상으로 KYC를 하는 등 좀 더 정교한 KYC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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