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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서’로 변신한 ‘T전화’…SKT “빅스비, 경쟁자 아냐”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SK텔레콤이 ‘지능형 전화’의 미래를 꿈꾼다. 실사용자 1200만명 기반의 ‘T전화’에 자사 AI 플랫폼 ‘누구(NUGU)’를 결합한 ‘T전화x누구’를 출시했다. 아직은 기존 AI 비서 기능에 머무르는 정도지만, 추후 AI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SK텔레콤은 지능형 전화 서비스 ‘T전화x누구’ 출시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T전화x누구’는 기존 T전화 플랫폼에서 음성인식·콘텐츠 추천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업데이트 한 서비스다. 이로써 SK텔레콤은 기존 AI 스피커를 통한 ‘홈(Home)’ 영역,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x누구’를 통한 ‘자동차(Car)’ 영역에 이어, 이번에는 ‘모바일(스마트폰)’로 이어지는 ‘누구’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

이번 업데이트로 달라진 점은 크게 2가지로, 우선 본연의 기능인 전화 서비스를 AI 음성명령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영상)통화·문자와 T114 전화번호 검색 기능 등을 터치 없이 목소리로 제어할 수 있는 것. 두 번째로, 신설된 ‘투데이’ 탭은 기존 AI 비서 기능과 유사하다. 뉴스·날씨·음악 등 개인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며, 특히 기존 ‘누구’ 스피커에서 쓰던 스마트홈·일정관리 등 30여가지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언뜻 보면 기존 삼성전자 ‘빅스비’나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 제조사·OS사가 내놓은 AI 비서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카카오 등과 함께 AI 분야에서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CES2020’에서 “글로벌 기업에 맞서기 위해 ‘AI 초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따라서 AI 서비스 시장에서 파트너들과 또 다른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현아 SK텔레콤 AI서비스단장은 그러나 “우리는 서비스 사업자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빅스비를 경쟁자라고 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들이 하드웨어의 보완적 역할로 AI 비즈니스에 접근한다면, SK텔레콤은 서비스 관점에서 ‘전화의 지능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과거 ‘T맵’이나 ‘B tv’에 ‘누구’를 결합시킨 것처럼, 이번에는 ‘T전화’라는 전화 서비스 위에 AI 기능을 결합해 더 고도화된 생활 서비스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T전화x누구’를 단순히 음성명령이 가능한 전화·어시스턴트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AI 비즈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2022년 도입될 예정인 AI 추천·검색 기반 ‘예약-주문-결제’ 시스템이다. 예컨대 원하는 음식 종류와 모임의 성격 등을 고려해 AI가 식당을 추천해주고, 뿐만 아니라 주문부터 예약, 결제까지 T전화로 한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현아 단장은 “‘T전화x누구’를 통해 아직은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각종 스토어들을 연계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연결시키는 데 ‘전화의 지능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박명순 유닛장 또한 “그동안 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비비큐, 도미노피자, 스타벅스 등 외식업체와 제휴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면서 “커머스나 딜리버리(배달) 서비스 등을 내년에 본격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당장 내년에는 ▲음성과 문자를 결합해 통화 중에도 문자를 제어할 수 있는 ‘컨버터블 콜’ ▲음성으로 저장된 통화녹음을 텍스트화해주는 ‘STT(Speech to Text)’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규 서비스들을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향후 광고형 또는 부분 유료화를 통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아 단장은 “단지 불필요한 정보를 노출하는 게 아닌, 개인 맞춤형 정보와 혜택이 되도록 광고를 도입할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만들어 일부 구독 모델로 제공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위해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SK텔레콤은 이미 2018년 ‘누구’ 오픈 플랫폼을 공개하고 누구나 서비스를 만들어 ‘누구’ 사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누구’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해 서드파티앱에서도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이번 ‘T전화x누구’ 또한 기본적으로 ‘누구’ 기반이므로 플랫폼 생태계를 확산하는 데 무리 없을 것이라는 게 SK텔레콤의 생각이다.

SK텔레콤은 ‘T전화x누구’의 사용성 강화를 위해 전용 무선 이어셋 제품 ‘누구 버즈(NUGU Buds)’도 오는 11월 출시한다. ‘누구 버즈’는 SK텔레콤의 통화음질 최적화 기술과 퀄컴의 CVC 기술, 드림어스컴퍼니의 하이앤드 오디오 아스텔앤컨에 사용된 음질 튜닝 기술이 탑재됐다. 박명순 유닛장은 “가격대는 10만원 밑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이어셋 중 가장 가성비가 뛰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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