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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법 #경매대가 #별표3…주파수 재할당대가 논란 왜 컸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내년 6월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 310MHz폭에 대한 재할당 대가가 최종 확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0일 ‘이동통신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최종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대가와 5G 투자를 연계시켰다. 2022년까지 12만국을 투자하면 주파수 이용대가는 3.17조원이 된다. 이통사들 모두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수긍했다.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대가에 이통사들 입에서는 '행정소송', '주파수 반납' '정보공개 청구' 등 평소에는 볼 수 없던 강한 단어들까지 나왔다. 주파수 경매나 재할당때마다 정부와 이통사간 힘겨루기가 있었지만 이번 재할당때에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 유례없는 정부-이통사 난타전, 왜 발생했나

주파수 재할당대가는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의 주 재원이다. 경매 등 주파수 대가는 보통 10년 단위로 책정되는데 과기정통부 예산부서는 주파수 재할당대가를 5조5705억원으로 예상하고 기획재정부에 올린 것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통사들은 기존에 적용됐던 전파법 별표3 산식을 들어 주파수 가치를 1.6조에서 최대 2.7조원으로 평가했다. 오해도 있었다. 정부의 안은 10년 기준이었는데 사업자 안은 5년 기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5G+ 스펙트럼 플랜’에서는 주파수 확보 및 공급 기간을 2026년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기간에 대한 오해가 풀려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예산 배분을 위해 마련한 안이 아닌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이 내놓은 진짜 안은 더 가혹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할당 받는 주파수에 대해 처음 이통사가 지불한 금액은 4.2조원이다. 경매 등을 통해 가격이 2배 이상 뛴 주파수들도 있었지만 과거 경매대가가 상당부분 재할당대가에 반영됐다.

여기에 과기정통부는 재할당대가에 5G 투자를 연계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기존 대가 그대로 다 받겠다는 심산이었다. 단 이통사들이 5G 투자를 열심히 하면 깎아주겠다는 옵션을 내밀었다. 5G 무선국 15만국 이상을 하면 1조원을 깎은 3.2조원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무선국 3만국 단위로 대가는 2000~3000억원이 상승했다. 어차피 해야 할 5G 투자. 이통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대 옵션을 선택해야 했지만 2년내 15만국 투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통사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LTE 전국망 구축 기준으로 12만국 무선국인데, 이를 2년내 달성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실 모르는 정부", "사업을 하라는 건가", "감나무서 까치밥도 안남긴다"는 등 사업자 입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 15만국 3.2조에서 12만국 1.73조, 정부-이통사, 명분 실리 챙겨

결국 설명회는 첨예한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극명한 입장차이를 확인한 것이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됐다. 논의의 관점은 대가에서 5G 투자 옵션으로 이동했다. 정부와 사업자가 현실가능한 옵션 책정을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논의 끝에 마련된 과기정통부의 최종안은 12만국 이상 투자에 할당대가 3.17조원(통신3사 합)이었다.

기존 3만국에서 2만국 단위로 2000억원씩 대가가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통사들은 최대 옵션 구간을 겨냥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12만국 이하 투자 옵션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안에 비해 다소 후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조건 밀어부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통신사는 규제대상이자 진흥대상이었고 정부의 디지털뉴딜의 핵심인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정책 파트너였다. 절충점을 찾아야 했고 무선국 투자 옵션을 조정하는 것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서 양보만 한 것은 아니었다. 12만국 투자만 해도 현재 무수히 비판받고 있는 5G 품질 논란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다. 투자기간이 2022년임을 감안하면 LTE 투자보다 빠른 속도다. 전체 할당대가 측면에서는 최대 옵션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통사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안으로 12만국 투자면 3.7조원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 금액이 3.17조원으로 줄었으니 기존안에 비하면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인 셈이 됐다. 여기에 이통3사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농어촌 지역의 5G 로밍도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투자 부담을 추가로 낮출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였다.

나름 정부와 이통사들이 명분과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냈다고 볼 수 있다.

◆ 주먹구구식 산정방식, 투명성 담보·법제도화 숙제 남겨

이번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을 둘러싼 논란은 보다 투명한 정책방안 마련이라는 숙제도 남겼다.

코로나19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공공재 주파수에 대해 높은 가치를 매길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경쟁수요가 있는 주파수에 대한 경매가격과 기존에 제공하던 3G, LTE에 대한 주파수 가치를 동등하게 매긴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2011년 처음 경매제도가 도입됐을때 1.8GHz 주파수의 경우 SK텔레콤과 KT의 과열경쟁으로 시초가격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경매가 마무리 됐다. 당시 정부는 물건을 3개를 내놨는데 하나(800MHz)는 모두 외면했다. 두개(1.8GHz, 2.1GHz)는 괜찮은데 하나(2.1GHz)는 사정이 어렵던 사업자(LG유플러스)에 경매도 없이 최저가에 줬다. 정부가 과열경쟁 환경을 만든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과거 경매대가를 현재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사업자의 별표3 산식과 정부의 안은 차이가 꽤 컸다. 하지만 누구의 셈법이 정확하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은 재할당 대가 산정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업자가 전파법에, 시행령에 있는 문구들을 제 입맛대로 해석하다보니 충돌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학계와 국회에서 주파수 재할당을 놓고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 비율을 특정하거나 경매시기를 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공공재인 주파수에 대한 적정가치 산정,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하는 이통사의 입장.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과 관련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종식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발생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투명한 기준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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