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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내수 경쟁·규제 등쌀에 ‘中 게임도 세계로’

이대호
7일 중국 애플 앱스토어 게볼루션 집계 갈무리
7일 중국 애플 앱스토어 게볼루션 집계 갈무리
- 텐센트·넷이즈 과점 체제에 현지 게임기업 폐업 잇따라
- 체제 위협 시엔 강력 규제…산업 발전은 후순위
- 판호 나오더라도 예전 같은 대형 성공 쉽지 않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중국 정부가 4년여 만에 한국 게임 판호(유통허가권)를 발급하면서 업계가 들썩했다. 지난 2일 컴투스 ‘서머너즈워’ 판호가 나왔고 주가가 치솟았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추후 판호 발급이 이어질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있다. 4년 전과 중국 게임 시장이 판이한다는 것이다. 내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현지 규제 역시 강력해졌다. 이 때문에 내수보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현지 게임사가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게임이 진출해 예전같은 성과를 낼 것인지는 조심스럽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20일 발간한 ‘중국 게임산업의 발전과 정책 변화’ 보고서에 내수 시장 현황이 잘 나타나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텐센트와 넷이즈 과점 체제가 자리 잡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텐센트와 넷이즈의 영업이익이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했다. 중소 게임 개발사들은 나머지인 15~20%에서 수익을 나누는 상황이다. 경쟁에 밀려 폐업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2019년 기준 게임 관련 신생기업이 2504개인데 반해 폐업한 기업은 무려 1만8710개로 나타났다.

현지 빅2 기업인 텐센트와 넷이즈의 눈에 들어 퍼블리싱 계약을 맺어도 판호총량제 규제가 있다. 블록버스터 또는 중국 외 시장에서 대박을 친 게임이 아니라면, 수많은 퍼블리싱 게임과 출시 전까지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도 출시 하루 전에 제동이 걸렸다. 미성년자 보호를 강화한 현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종잡을 수 없는 현지 규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정부는 국가발전과 사회 규범 강화를 최우선으로, 게임산업 발전을 후순위로 두고 있다.
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체제에 위협된다는 판단이 들면 곧바로 규제가 들어간다. 앞서 홍콩민주화운동 여파로 ‘동물의숲’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동물의숲 내에서 민주화 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엔 글로벌 서버에서 타 국가 이용자와 자국민 접촉을 막기 위한 인터넷 감시 시스템을 게임 내 채팅에 적용하도록 강제했다. 미성년자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결제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조치도 강화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한국 게임 판호가 열리더라도 사회 질서 공고화에 반하는 요소에 대한 전면 차단 기조에 따라 현지 서비스 과정의 어려움을 예상했다. 사실 기업 처지에선 마땅한 대책이 없기도 하다. 기업엔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정부엔 현재의 불공정 무역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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