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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결산/생활가전] 코로나19 특수 속 ‘위생·편리·재미’ 구매 포인트 등극

이안나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 삼성·LG전자, 2분기 저점 찍고 3분기 ‘펜트업’ 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 생활가전 업계는 코로나19 ‘특수’를 입었다. 상반기엔 공장 정상 가동이 어려워지고 국가별 셧다운 현상으로 판매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반기부터 집에 대한 관심과 폭발적인 보복소비(펜트업) 효과가 맞물려 건강·맞춤형 가전 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인기를 끈 제품은 ‘안심’과 ‘편리함’을 줄 수 있는 가전이었다. 식기세척기와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위생 가전이 대표적이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이들 국내 시장 규모는 올해 약 290만대로 지난해 215만대 대비 34.9%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건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만대에서 올해 200만대로 33.3%, 의류관리기는 같은 기간 45만대에서 60만대로 33.3%, 식기세척기는 20만대에서 30만대로 50% 증가가 예상된다.

코로나19 및 날씨 변수로 기대에 못 미친 제품은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다.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350만대를 넘어 올해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국내외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맑은 날씨가 계속돼 상반기 판매가 부진했다. 에어컨 역시 지난해 250만대에서 3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을 예상했지만 올여름 긴 장마가 이어져 지난해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ㅂ인다.
오브제컬렉션 스타일러 생산라인 [사진=LG전자]
오브제컬렉션 스타일러 생산라인 [사진=LG전자]

외부 활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활력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찾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다. 개인별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제작 가전 종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제품 색상·재질을 소비자가 고르는 주문형 제작 방식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시리즈와 LG전자 오브제 컬렉션은 각각 품목 확대에 주력 중이다. 주방가전 분위기를 하나로 통일해 인테리어 효과를 보려는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위생·맞춤형 가전은 대부분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이들의 성장은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수익성 개선과 직결됐다. 코로나19 세계적 확산(팬데믹)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망 붕괴로 상반기까진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이를 저점으로 찍고 하반기 양사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업계는 하반기 실적이 소폭 감소했던 상반기 실적을 만회함은 물론 전년도 실적과 비교해도 올해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부문은 역대 최대 3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10.9%로 두 자릿수 대다. LG전자는 위생가전에 트루스팀 기술을 탑재해 차별화를 꾀했다. LG전자 국내 건조기 판매량 중 스팀 기능 탑재한 비중은 80% 이상, 식기세척기도 스팀 탑재 대용량 모델 판매 비중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가전(CE)부문 역시 3분기 영업이익 1조56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올해 10월 말까지 국내 판매한 냉장고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50% 비중을 차지하며 맞춤형 가전 트렌드를 이끌었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진 위생·맞춤형 가전 중심 판매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위생가전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제조업체들의 마케팅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맞춤형 가전에 있어선 좀 더 발전된 전개가 예상된다. 단순히 색상과 소재를 다양화하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을 접목시킨 소프트웨어 등 성능 면에서의 맞춤형 기능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내 홈인테리어숍 및 프리미엄 브랜드관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내 홈인테리어숍 및 프리미엄 브랜드관

한편 올해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유통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면서 성과를 냈다. 가전제품도 맞춤형·빌트인 제품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체험형 의미가 확대됐다. 단순히 제품을 시연해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장 안에 실제 집 주방이나 거실 모양으로 쇼룸을 구성해 간접적인 라이프스타일 체험을 지원한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는 500평 이상 대형 매장을 지칭한다. 올해 1월 메가스토어 1호점 잠실점 리뉴얼 오픈을 시작으로 연내 7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전자랜드도 2017년 시작한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 ‘파워센터’ 확장 및 전환 과정을 지속해 현재 전국 131개 매장 중 89개를 차지한다. 올해 메가스토어 잠실점 매출은 전년대비 약 35% 증가했고, 파워센터는 일반 매장보다 매출이 20~30% 가량 높았다.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LG 베스트샵도 각각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을 통해 맞춤형 가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면서 대형 체험 공간을 나란히 개장했다.

특히 최대 30만원을 돌려주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으뜸효율 가전제픔 환급사업’이 대형가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환급사업을 시행한 기간 동안 주요 제조업체 환급대상 가전제품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가장 많은 신청을 받은 품목은 세탁기(20.3%)와 냉장고(16.6%)였다.

내년 가전유통 업계는 쿠팡 등 온라인 판매업체들과 경쟁하면서도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중심 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모두 중요해진만큼 비용 효율화가 관건이다. 지난 8월 황영근 신임 대표를 새 수령탑으로 맞은 롯데하이마트는 내년에도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비효율 점포는 줄이고 주요 점포는 대형화하면서 주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를 최적화하고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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