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스마트폰 충전기 제외, '조삼모사' 아니려면

이안나
- 기본 구성품 제외 가격 인하·보상 필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보다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미국 제재로 추락한 화웨이 빈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기존 제조사들은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거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접는(Foldable, 폴더블)폰이나 돌돌마는(Rollable, 롤러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를 갖춘 제품들이 대거 출시된다.

이런 흐름 속에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본 구성품 제공 여부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화웨이도 충전기를 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유선 이어폰을 시작으로 충전기까지 생략했다. 충전 케이블 사용 여부도 파악 중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국가에서 유선 이어폰을 제외했다. 화웨이도 무선 헤드폰 충전 케이블 필요성을 조사하면서 스마트폰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들이 앞으로 충전기나 케이블을 기본 구성에서 제외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관련 소문이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제조사들 화두가 원가 절감에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합리적 소비·가성비를 따지는 현상이 확대됐다. 스마트폰에 최신 부품을 탑재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제조사 입장에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 방안 중 하나로 기본 구성품을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방식대로 기본 구성품을 제외하는 건 소비자 반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에 이어폰과 충전기를 모두 제거했다. 이로 인해 처음 5G 모델을 출시하며 상승한 원가를 조금이나마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애플은 신제품을 출시하며 최대 출력 18와트(W) 충전 어댑터를 단종하고 20W 충전 어댑터와 무선충전기 맥세이프를 출시했다.

고속·편리한 충전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100만원대 고가 스마트폰을 구매하고도 별도 비용을 지불해 충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애플은 원가도 줄이고 추가 수익도 얻게 됐다. 스마트폰 충전에 필요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꼴이다. 애플 구성품 제외 목적이 환경보호보다 ‘조삼모사’ 성격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제조사에서 제공하던 구성품들은 소모품 성격이 강하다. 새로운 충전기·케이블을 얻으면 사용자들은 이전의 것과 함께 사용하거나 새것을 사용한다. 새 제품은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 또 아무리 충전기가 보급됐다 할지라도 규격이 다르면 속도저하 현상이 생긴다. 모든 사용자가 신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어폰도 무선이어폰이 대세라지만 여전히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있다. 기본 구성이 빠지면 결국 누군가는 불편하고 필요 외 지출이 생긴다.

기본 구성을 빼고 설득을 얻기 위해선 스마트폰 가격이 보다 저렴해지는 수밖에 없다. 5G와 폴더블폰 기능 등이 접목되면서 스마트폰 가격이 올랐고 비싸다는 인식이 큰 상황이다. 구성품을 제외하는 대신 가격을 낮추거나 다른 보상이 주어져야 소비자들이 반감 아닌 납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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