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가상자산 시장 이끄는 기관투자자, 국내는 느리다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가상자산 업계 최대 화두는 역시 기관투자자다. 비트코인(BTC) 가격 상승 요인을 꼽을 때마다 ‘기관투자자의 비트코인 매수’는 빠지지 않는다. 몸집이 크다보니 매수하는 규모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상품이다. 신탁상품에 투자하는 고객 중 80% 이상이 기관투자자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올 3분기에만 4억 2500만달러(약 4643억원)치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이달 초에는 5000만달러치를 추가로 매수했다. 지난 10월 비트코인 투자 수익으로만 1억달러를 벌었다고 밝힌 지 두 달만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대형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도 1억달러(약 1092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이들은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비트코인 매수 사실을 공식화하고 가상자산 관련 사업도 지지한다고 밝힌 점, 그리고 비트코인 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4억 2500만달러치 비트코인을 매수할 당시 코인베이스를 활용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장외거래(OTC) 서비스 ‘코인베이스 프라임 유닛’을 통해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투자를 도왔다. 또 매스뮤추얼은 디지털자산 운용사 NYDIG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미래 먹거리를 공략하고, 가상자산 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잘 형성돼있다. 국내 기관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투자에 속도를 못 내는 동안 벌어진 일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기관투자자, 기업고객을 위한 투자 인프라도 더디게 갖춰지고 있다. 빗썸만 해도 기업회원의 원화입출금 서비스를 막아놨고, 업비트 역시 법인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따로 문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일반 거래소를 이용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빗썸의 기관투자자 전용 거래 서비스인 ‘빗썸 프라임’은 ‘최근 30일 간 거래금액 1500억원’을 자격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

현재로선 향후 출시될 서비스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KB국민은행이 설립한 디지털자산 기업 KODA가 기관투자자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빗썸 커스터디 등 최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출시된 서비스도 향후에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요즘, 연말을 맞아 발간되는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들은 모두 ‘기관투자자의 진입’을 중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해외 기업들끼리만 움직이는 시장에서 벗어나, 내년에 발간되는 보고서에는 국내 기업, 기관투자자들도 포함되기를 바란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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