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맞춤형 가전, 가격도 맞춤형 필요

이안나

- 가전시장 큰손 '신혼부부' 대상 맞춤형 가전 인기…가격대 폭도 넓혀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펜트업)와 생활공간으로서 집의 재발견 영향으로 가전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이루는 가운데 신혼부부가 가전시장 큰 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결혼식만 미뤘을 뿐 혼수 장만은 예정대로 진행할뿐더러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고가 프리미엄 가전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제품을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혼부부는 자신이 사용할 가전제품에 대해 처음으로 집중해 알아보는 과정을 거친다. 그 선택으로 인해 제품을 길게는 10년 이상씩 사용하게 된다. 첫 구매를 통해 특정 브랜드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쌓게 되면 특별히 나쁜 경험이 없는 한 추가·교체 수요가 생겼을 때도 같은 브랜드를 선택한다. 처음 선택한 제품 브랜드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회사 장기고객이 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엔 결혼이 가장 많은 봄·가을을 앞두고 2월과 9월이 가전업계 성수기로 불렸지만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구분이 사라졌다. 매월 진행하는 혼수 관련 프로모션은 실상 상시 이벤트가 됐다.

특히 삼성·LG전자 중심으로 맞춤형 가전이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의 생활가전 구매 포인트도 변하고 있다. 고도화된 성능은 기본이고 주방과 거실, 세탁실 등 집 안 공간과 어울리는 디자인이 고려 요인이 됐다. 혼수 가전을 준비할 때 부모님의 입김이 사라지고 밀레니얼 세대 주축으로 당사자들이 직접 선택하게 되면서 개별 취향에 맞춘 제품은 더욱 인기를 끌었다.

다만 실제 깔끔하고 일관된 인테리어를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전은 ‘프리미엄’에 국한돼 있다.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업계 실적을 견인하다 보니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맞춤형 가전이 영토를 확장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가격 장벽을 낮춘 제품들이 필요하다. 특정 브랜드를 선택해 장기고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면 ‘입문용’ 제품을 늘려 경로를 확대하는 것도 수요를 잡는 방법일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최근 몇몇 제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던 제품들 사이에서 최근 다이슨과 삼성전자는 기존 프리미엄 제품 대비 20~40만원 정도 낮아진 제품을 출시했다. 바이올렛·민트 등 색상으로 차별점을 주기도 한다. 이외에 위니아전자 ‘클라쎄’도 냉장고·공기청정기·전자레인지 등에 독특한 색깔을 입혀 경쟁업체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출시하며 경쟁력을 높여가는 중이다.

신혼부부들에겐 혼수가전 준비가 집 구하기 다음으로 부담스러운 과정이 돼버렸다. 아무리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했다 해도 혼수가전을 마련할 때만큼은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3~4곳 이상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현실이다. 예산을 아끼면서도 나만의 공간을 채워나갈 제품을 찾는 신혼부부들의 심리를 꼭 ‘딜레마’로 국한 지을 필요는 없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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