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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애플이 폴더블폰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

이안나

- 전 세계 스마트폰 이익 점유율 3분의2 차지…폴더블폰 속도전보다 혁신에 중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접는(Foldable, 폴더블)폰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폴더블폰 시장에서 90%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습니다. 폴더블폰 시장 수익은 삼성전자가 모두 가져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올해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등을 선보이면서 폴더블폰 기술력과 노하우에 자신감을 갖춘 모습입니다.

내년 더 많은 스마트폰 브랜드가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강력한 경쟁사인 애플이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물론 애플도 폴더블폰 관련 여러 특허들을 등록하며 연구 중이라는 걸 드러냈죠. 이를 두고 2022~2023년 정도에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 해도 경쟁사들에 비해 너무 늦는 건 아닐까요?

업계에선 이 회사가 폴더블폰 출시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적어도 수익 관점에선 말이죠.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돼있을 뿐 아니라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점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이형(異形) 스마트폰을 출시하거나 라인업 다양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마트폰 등장이 시급한 셈입니다.

애플은 조금 다릅니다. 혹시 스마트폰 시장 이익은 애플이 거의 다 가져간다는 말을 들어봤는지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60%가 넘는 이익을 가져갔습니다. 삼성전자도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30% 넘는 이익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그럼에도 차이는 꽤 큽니다.

출하량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21.9%)가 애플(11.9%)보다 많습니다. 매출액 점유율을 보면 애플(29.5%)과 삼성전자(22.6%) 차이는 한 자릿수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왜 이익 점유율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날까요.

이는 애플이 소품종 대량 생산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보급형 제품 ‘아이폰SE’ 1·2세대를 제외하면 프리미엄 모델 ‘아이폰’을 1년에 한 번 출시합니다. 애플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제품 개별 품질을 끌어올리는 프리미엄 전략인 셈이죠. 1년에 한 제품만 출시하니 원가 부담이 적고 마케팅 비용도 줄어듭니다. 높은 가격대로 출시해도 충성심 강한 팬들이 구매합니다. 사실 최근 3분기는 아이폰12출시 연기로 이익점유율이 그나마 낮아진 겁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이익 중 지난해엔 75%, 재작년에는 85%를 애플이 가져갔습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판매 자체로도 월등하게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지만 그 외에도 콘텐츠·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클라우드·애플뮤직·애플TV플러스에 더해 올해는 피트니스 플러스와 이 모든 걸 통합해 구독하는 ‘애플원’을 선보였죠.

이는 두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한 대를 판매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애플에 비용을 지불합니다. 애플 입장에선 매출 비중 관점에서 아이폰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추가로 스마트폰 교체 시에도 다시 아이폰을 고르게끔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겠네요.

소품종 대량생산 기반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과 구독서비스. 애플이 폴더블폰 속도전에 참여하지 않고 완성도 갖춘 제품 출시를 위해 신중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흔히 후발주자들이 가질 수 있는 이점으로 선두기업 시행착오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건데요. 폴더블폰 시장에서만큼은 애플이 후발주자입니다.

업계에서도 애플이 폴더블폰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된 제품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아마 애플은 조용히 그러나 집중해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행보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 후 폴더블폰 시장이 대중화되고 확실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본격적으로 제품 출시를 준비할 것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얄미우면서도 영리한 모습이네요.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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