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개인정보법 위반시 강력 제재, "매출액의 3% 과징금 부과"

이종현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23일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발표했다. 형사벌 중심의 제재를 경제벌 중심으로 전환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등 그간 지적받아온 내용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이날 “개인정보 침해사고의 대부분은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현재의 형벌 중심 제재는 개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형벌요건을 줄이는 대신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의 입법 내용에 따라 과징금을 상향해 기업의 사전적 의무준수와 책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현행법에서는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오프라인 사업자와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다르다. 오프라인 사업자의 경우 과태료 5000만원 이하, 온라인 사업자는 관련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과 5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 등 처벌 수준이 상이했다.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제재로 ‘관련 매출액 3% 이하’였던 것도 ‘전체 매출액 3% 이하’로 강화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한다.

기존 관련 매출액 3% 이하의 경우 일견 강도 높은 수준의 처벌 조항으로 보이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막을 정도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개인정보위가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웠던 점도 문제였다.

일례로 지난 9일 발표된 LG유플러스의 2개 대리점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유통한 사건에서 LG유플러스가 받은 과징금은 1160만원에 불과했다. LG유플러스의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인데, 관련 매출액이라는 조항으로 인한 것이다.

이와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개인정보 천시 문화를 고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기존에는 처벌이 약하다 보니 LG유플러스 대리점 사건처럼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개정안에서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갈 수 있을 정도의 과징금을 부여하도록 명시한 만큼 이런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과도한 형사처벌이 개인정보 업무를 ‘기피 업무’로 만듦으로써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형사벌에서 경제벌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서는 단순과실로 인한 정보유출, 경미한 위반사항이 있을 때도 징역 등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자연히 현장에서는 개인정보 업무를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개인정보보호 전문가 대신 비전문가들이 6개월~1년가량 업무를 ‘돌려막기’하는 상황이 이르렀다. 엄격한 처벌 조항이 되려 개인정보보호를 약화시키고 있었던 것.


또한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이동권(전송 요구권)을 도입해 정보주체(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가령 이용하고 있던 서비스에 보안상의 불안 등이 있을 경우 타사 서비스로 개인정보를 이동시키도록 요청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신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및 입법상 미비점도 정비한다. 드론, 자율주행차 등 이동형 영상기기의 보급이 활발해졌으나 현행법에서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동형 영상기기에 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 입법 공백을 해소했다.

해외 직접구매, 전자상거래 등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정보의 국외이전이 증가하고 있으나 현행법에서는 동의 없이 개인정보의 국외이전을 제한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개선한다.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적정한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보장되는 국가로의 안전한 이전은 허용하는 등 기존에 비해 폭넓은 국외이전 방식을 채택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공안전 보장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시에도 보호조치와 파기 의무 등을 준수해 개인정보고 보호될 수 있도록 적용 예외규정도 정비했다.

최영진 부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개정안이 발표될 때마다 법의 통과 여부 등에 대한 걱정이 많다.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며 “산업계와 시민단체 등 양극단의 논의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개인정보위의 개정안이 잘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개인정보위는 이번 개정안의 성격을 한 마디로 규정하라고 한다면 ‘선진화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정보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한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어떻게 조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의 개정 과정에서 개인정보위의 개정안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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