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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ISP-CP ‘같은 듯 다른’ 입장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이대호 권하영 기자] 정부가 ‘특수서비스’ 도입을 골자로 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에서는 같은 듯 다른 입장을 보였다.

대체로 통신사와 콘텐츠기업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게 담았다고 평하는 한편, 통신업계는 특수서비스 도입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모델(BM) 창출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콘텐츠업계는 망 중립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향후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망 중립성 연구반을 통해 전문가 및 관련 사업자 등과 논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될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통신사가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그 내용이나 유형 혹은 제공사업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되 ▲명확한 망 중립 예외서비스로서 ‘특수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대신 ▲통신사가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을 적정 수준 유지하면서, 망 중립성 원칙을 회피할 목적으로 특수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도록 ‘특수서비스 제공조건을 구체화’하고 ▲이의 투명성을 위해 정부가 통신사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서비스란 ▲인터넷 종단점에 대한 보편적 연결을 제공하지 않는, 즉 제한적인 단말장치에 연결하는 서비스 ▲특정 용도에 국한된 서비스 ▲네트워크 자원을 구분해 이용하거나 별도 트래픽 관리기술로 일정 전송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 통신3사 “5G 기반 산업융합 활성화 기대”

통신사 입장에선 특수서비스 도입을 통한 네트워크 슬라이싱 활용이 가능해졌단 점이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5G 핵심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네트워크 쪼개기’라는 뜻으로, 하나의 물리적 ‘코어 네트워크’를 독립된 여러 개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스마트공장이나 자율주행차 등 즉각적인 반응성이 중요한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SK텔레콤은 “이번 개정을 통해 특수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짐에 따라,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해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신규서비스가 출시되고 5G 기반의 산업간 융합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새로운 BM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수서비스 개념과 제공조건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시장 불확실성과 통신사·CP간 갈등 소지를 줄였다는 점도 반가운 대목으로 꼽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새로운 융합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인지 아닌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서 “또 특수서비스 제공요건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추후 논란이 생기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비스별로 특성이 천차만별이어서 여전히 특수서비스 개념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통신사에 대한 정부의 정보 요청 권한을 신설한 점 역시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하면서 국내에서도 그런 기대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망 중립성이 폐지될 것이라고 통신사들도 예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정부가 사전에 사업자들과 연구반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결론을 같이 냈기 때문에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낸 것이라 본다”고 평했다.

◆CP들도 개정안 ‘환영’…법제화 목소리도

CP들은 이번 개정안을 환영했다. 특수서비스를 규정해 예외를 명확히 하고 신사업 영역을 열어줘 ISP와 CP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개정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이번 개정안은 망 중립성이 강화된 안으로 봐야 한다”며 “예외조건을 명확히 했다”고 해석했다. 허승 왓챠 이사 또한 “개정이 필요한 시점에 확실히 예외영역을 명확히 해서 신사업 영역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개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만큼 향후 실효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미나 팀장은 “가이드라인 수준이라 현장에서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며 실제 적용 여부에 힘을 실었다.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강화’에 대해선 “더 제대로 확립을 해서 법제화로 빨리 가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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