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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본게임은 올 하반기부터"…금융권 API 시스템 완비 시급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첫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자가 28곳으로 결정됐다. 27일 금융위원회는 28곳의 마이데이터 본인가 사업대상을 발표했다. 원래대로라면 2월 5일부터 본인가를 받은 사업자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2월 중으로 바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나서는 곳은 기존에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던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민앤지 등 일부 핀테크 업체들에 한정된다.

토스는 본인가 이후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좀 더 개인화된 추천이 반영된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토스 관계자는 “개인의 금융 정보, 예를 들어 보험현황 및 카드 이용 현황 등을 보여주는 등의 서비스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보험은 다른 금융 분야보다 헬스케어, 의료 등 비금융 데이터 활용성이 높다. 단순히 보험계약을 보장 항목으로 비교하는 수준을 벗어나 건강, 자산현황, 생활습관 정보와 결합해 사전 예방을 확대할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고객의 요구에 충족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이터 전문 인슈어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완벽한 의미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경우 금융사들의 마이데이터 관련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금융사들의 데이터를 API를 통해 넘겨받아야 하는데 아직 마이데이터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사들의 시스템 구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스크래핑 기법을 통해 금융사의 정보를 취합해 보여주던 방식에서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받은 정식 사업자는 API를 통해서만 금융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동의 방식, 마이데이터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 범위, 안전한 데이터 전송 방식,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을 담은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 또, 허가를 받은 28개 마이데이터 업체는 8월 4일까지 표준 API를 구축해 기존에 스크래핑으로 제공하던 통합조회 서비스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공할 것이란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실제 신한은행의 경우 마이데이터의 활용과 안정적인 데이터 제공·수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을 위해 2월 중 사업에 착수해 9개월간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농협중앙회도 상호금융 비대면 개인자산관리서비스 구축 사업을 추진 중으로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일정으로 진행한다.

고객 계좌 이탈 방지를 위한 고객중심의 서비스 강화와 자산규모와 상관없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편의성 중심의 서비스 설계 및 보다 폭넓은 고객 기반의 신용정보 분석결과를 활용해 농업, 농촌 특화서비스 제공 및 데이터 신사업 진출을 목표로 한다.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시스템 구축 사업은 크게 수집 및 저장, 활용을 위한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타 기관과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API 활용체계 구축’, 그리고 ‘서비스 체계 구축’ 등으로 진행된다.

인프라 구축과 API 활용 체계 구축의 경우 서버 등 인프라 설치와 시중에 다양한 API 시스템 제공 벤더들이 있는 만큼 시스템 구축 난이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단순한 조회 및 연계 등 마이데이터의 기본적인 서비스는 초반에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관련업계의 관계자는 “단순 상품노출, 앱에서 상품을 선택하면 금융상품몰로 연계하는 등의 단순한 기능은 현재도 구현되어 있다”며 “하지만 개인에 특화된 상품추천 알고리즘 개발 등은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 만큼 당장 서비스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금융권의 경우 올 하반기가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에 비해 한 박자 늦게 실제 사업에 나서는 만큼 금융권은 올 하반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관건이다.

현재 마이데이터 관련 금융사들이 주력하는 서비스는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S)’로 압축된다. PFMS는 개인이 관리하는 계좌가 여러 금융기관으로 분산되어 있는 불편을 해소하고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단순 조회에서 그치지 않고 금융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충실한 서비스를 통해 마이데이터 시대 고객의 이목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문제는 차별성이다. 앞서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이 신청한 빅데이터 부수업무 신고를 수리하면서 다른 은행도 ‘빅데이터 부수업무’를 신고 없이 영위할 수 있게 된 이후 각 은행들은 빅데이터 컨설팅 및 데이터셋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는 마이데이터 시대 데이터 교환 시장에 대응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마이데이터 상품 개발을 위해 중요한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가지고 있는 원천데이터는 차이가 크지 않지만 어떻게 가공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결국 상품관점, 고객중심에서 데이터 분석을 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동안 은행의 수익률도 대부분 상품수익률, 금융수익률을 중요시 했지 고객중심의 수익을 따지지는 않았다. 얼마나 고객중심의 데이터 분석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런 역량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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