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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예상외로 견고한 이더리움… '최초'라는 프리미엄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메사리(Messari)는 올해 1분기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 거래량이 1조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 돈 1796조에 달하는 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에 대해 라이언 왓킨스 메사리 연구원은 “이더리움의 과도한 거래 수수료로 인해 대규모 사용자 이탈이 발생할 것이란 예측을 뒤집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왓킨스 연구원의 말처럼 지난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붐이 발생한 이래 이더리움 거래 수수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 서비스에서 거래량이 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처리해야 할 거래량이 불어난 것. 때로는 거래 한 건에 수십 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일도 생겼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래도 종종 있었다.

이에 일부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은 이더리움에서 사용자 이탈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체재도 충분하다는 게 이유다. 폴카닷, 솔라나, 트론 등 해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부터 우리나라의 클레이튼까지. 이더리움 대신 쓸만한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많다.

해당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 서비스도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대체재가 있는데 왜 굳이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면서 이더리움을 계속 이용해야 하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시장은 예측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거래 수수료도 높고 거래 처리속도도 느리지만 이더리움의 가치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고민해야 할 게 더 많아졌다.

우선 ‘최초’의 상징성이 여전히 뚜렷하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다른 플랫폼들이 많이 나왔지만 디앱 프로젝트도, 사용자도 여전히 이더리움을 놓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의 가치인 탈중앙화 역시 이더리움에서 뺄 수 없는 요소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자율적인 탈중앙화를 장려함으로써 ‘진짜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만든 건 이더리움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창시자의 손을 벗어나 개발 커뮤니티의 움직임으로 굴러가고 있다. 이더리움 2.0 개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때문에 높은 거래 수수료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박재민 이드콘2021 준비위원장은 “거래 수수료는 결국 사람들이 그 거래에 부여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거래 수수료가 높은 건 맞지만, 그럼에도 거래가 발생하는 건 사람들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 거래’에는 많은 가치를 부여할 만한 유인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업계엔 고민해야 할 게 늘었다. 이더리움을 대체하겠다는 플랫폼 프로젝트들이 시장에 쏟아지던 때가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개발되는 플랫폼들이 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는 생각보다 더 철학적이다.

이제는 더 빠른 거래속도, 더 나은 확장성을 표방하는 것 외에 사용자들로부터 얼마 만큼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최초’를 이기는 게 더 어려워졌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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