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일까 불통일까…‘직원 불만’ 네이버·카카오, 과제 남겼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높은 연봉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알려지며 ‘1등 직장’으로 불렸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며칠 사이 직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성과급부터 인사 평가 논란까지 누적된 불만들이 표출되는 양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같은 날 직원들과 대화 자리를 만들어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단 평가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25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각각 불거진 성과급과 인사평가 논란에 대응했으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각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소통에 나선 만큼 추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나오는 한편, 구체적인 보상·평가 기준이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실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는 이해진 GIO를 비롯해 한성숙 대표와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질의응답 하는 ‘컴패니언 데이(Companion day)’를 지난 25일 오후 진행했다. 임직원 3000여명이 사내 인트라를 이용해 접속했으며, 220개가 넘는 사전 질문과 함께 메신저를 통한 현장 질문도 활발히 오갔다.
성과급 논란에 대해 사측은 스톡옵션 제도와 장기 가능성에 맞춘 보상철학으로 직원들 설득에 나섰다.
한성숙 대표는 “단기적 수익보다는 성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 조직을 중심으로 보상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지난해 연봉과 인센티브 외에 지급한 스톡옵션으로 1900만원의 차익이 실현된 만큼 일정 부분 보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표는 “차별화된 새로운 복지 제도를 고민 중”이라며 “총 보상 차원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네이버 노조는 그러나 간담회 이후 “형식적인 답변만 오갔을 뿐 본질적인 답변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원들의 인센티브 지급 금액과 비율을 공개하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앞서 노조 측은 네이버가 지난해 최고 실적을 올렸음에도 직원 성과급은 전년과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에 회사측은 그러나 단기간에 매출이 늘지 않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직원마다 개별 상담으로 안내하고 있는 인센티브 현황을 일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이날 오후 원격 영상회의를 통해 재산 절반 기부 계획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인사 평가에 관해 언급했다. 김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경고등’이라고 해석하며 “직장 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며 “카카오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마음가짐과 의지가 있는 회사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사 평가와 관련한 추가 논의는 이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유서’라는 제목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글은 삭제됐지만 이틑날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카카오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불만들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간담회 이후 블라인드에서는 여전히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직원을 불편하게 억압하는 회사는 안 되게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고충을)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동료와 보스에게 얘기하는 환경이 돼야 한다”는 김 의장의 발언도 자칫 사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카카오 역시 다음달 2일 직원들과 인사평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별도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창업자가 직접 직원들과 대화에 나섰고 추후 개선책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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