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도 “구글·애플 갑질 막자”는데…한국은 되레 ‘공회전’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앱마켓 공룡’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 갑질로 안방격인 미국에서조차 철퇴를 맞을 조짐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미 의회의 빅테크 독점 규제 담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 대비된다. 독점적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이 법안은 국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음에도 여야 의견 불합치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지시각 3일 미국 애리조나 주 하원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골자로 하는 ‘HB2005’ 법 개정안을 31대29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결제 수단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특정 규모 이상 앱마켓이 자사 인앱결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법이다.
애리조나 주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최종 발효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이번 법안 통과로 거대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강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애리조나 주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주, 미네소타주, 위스콘신주 등에서 비슷한 입법안들이 논의되고 있어 파급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애플을 앱스토어 경쟁 방해 혐의로 기소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현지시각 4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애플 고발을 기점으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애플의 앱스토어 경쟁방해 행위에 대한 기소장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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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7건의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달 23일 과방위 법안소위까지 부결되며 좀처럼 진척을 못 내고 있다.
앞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자사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되는 국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 적용하고 수수료율도 30%로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4월 보궐선거와 상반기 결산심사,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법안 통과에 힘을 싣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여야는 법안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야당이 이중규제 우려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선뜻 합의를 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작년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해당 법안에 대해 자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후 통상 문제를 우려하는 야당의 신중론이 커졌다. 구글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최근 국회에 ‘수수료를 일정 정도 낮출 테니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키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도 이같은 속도 조절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답답한 심정이다. 당장 수수료 인상으로 커지는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대형 앱마켓의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인앱결제 강제는 그 자체로 생태계에 악영향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한 것도 결국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시간 벌기인데, 국회가 여기에 동조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구글과 애플의 본무대인 미국에서조차 이들의 인앱결제 강제를 법안으로 막아야 한다는 공감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회가 통상 문제를 이유로 구글갑질방지법 통과에 주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등 단체 17곳은 지난달 18일 성명서를 내고 구글갑질방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앱마켓 사업자의 결제방식으로 인한 문제점과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피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됐으므로 피해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국회가 여야간 합의를 통해 그간 발의된 각 개정안의 취지를 반영해 법안심사를 마무리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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