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NFT 시대, 'K-NFT' 가능할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시대다. NFT 관련 기사마다 NFT가 무엇인지 적어넣었는데, 이제는 뜻을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NFT를 외치는 시대가 왔다.

NFT로 만들어진 디지털 예술품이 당장 1000억에 팔린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요즘이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NFT는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NFT의 가치는 가상공간에서 정점을 찍는다. 사실 NFT가 몇 달 새 이렇게 유명해진 것도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잇는 도구 중 NFT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게임,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하다는’ 메타버스에는 나만의 가상 아이템이 존재한다. 이 아이템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에게 판매도 할 수 있게 하는 게 NFT다.

문제는 국내 게임이나 메타버스 서비스 속 ‘K-NFT’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난 30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거부당한 블록체인 게임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이 결국 자율심의로 국내 출시를 결정했다. 게임위 심의 대신, 구글 같은 사업자가 진행하는 자율심의를 이용해 국내 서비스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등급을 받아 출시하는 ‘정석 코스’를 계획했지만, 이는 물 건너갔다. 개발사가 정석대로 진행할 수 없던 배경에 NFT가 있었다. 아이템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고, 판매도 할 수 있게 하는 NFT의 강점이 규제 환경에서는 ‘사행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NFT 기반 아이템을 외부에서 판매할 수 있으므로 사행성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 아이템이 게임 속에 남지 않고, 현금화할 수 있게끔 가치가 부여되는 게 위험하다는 것.

하지만 이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메타버스 세상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미국 초등학생의 75%가 쓴다는 메타버스의 대장 ‘로블록스’도 메타버스 내에서 게임을 만들어 보상을 받으면 이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상세계에서의 성과나 노동도 현실세계의 가치로서 인정해줘야 한다는 발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 또한 로블록스도 NFT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한 편에선 ‘강점’으로 불리는 NFT의 특징이 한 편에선 사행성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도 “NFT는 아이템에 대한 주권을 게이머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게임위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대로 ‘K-NFT’는 물 건너가야 할까. 그 전에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때다. 단순히 게임 아이템으로 돈을 벌려는 시대가 온 게 아니라, 가상공간과 현실 간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가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싸이월드 속 미니미와 미니룸을 현실에서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지금쯤 싸이월드는 부활을 논하는 서비스가 아닌 로블록스의 원조 격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NFT 시장은 블록체인 게임 산업과 메타버스 산업을 등에 업고 더욱 커질 것이다. 또 새로 나오는 게임이나 메타버스 서비스들도 NFT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서비스들이 국내 규제 앞에서 벽을 마주하지 않길 바란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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