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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진단]④ 기로에 선 온라인플랫폼법…IT업계 “실태조사부터”

권하영

급성장하는 온라인플랫폼을 겨냥한 당국의 규제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기 다른 온라인플랫폼법을 추진하면서 업계 혼란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와 소비자 보호를 위함이라는 설명과 달리, 정부부처가 한창 성장하는 혁신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온플법진단’ 기획을 통해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다룬 주요 법안들을 분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규제 수술대에 오른 온라인플랫폼이 기로에 섰다.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법적권한을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서로 집도의를 자처하는 상황이다.

온라인플랫폼법은 크게 ▲공정위에 권한을 위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공정화법, 공정위 정부안) ▲방통위에 권한을 부여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하 이용자보호법,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으로 나뉘어 부처간 ‘중복 규제’ 논란을 빚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우려를 내비친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자칫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산업의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각기 다른 온라인플랫폼법을 추진하는 정부부처간 ‘밥그릇 싸움’ 양상이 된 탓에, 규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에도 방통위에도 과도한 규제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사업자 의견을 전달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 어떤 법안이 통과될지 모르기 때문에 반영이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온라인플랫폼 시장 특성을 반영한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국장은 “어떤 조항은 넣고 어떤 조항은 빼고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법안을 만들기 전에 충실한 데이터 수집과 실태조사를 해서 입법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양 부처의 관련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입법근거로 삼기엔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각 법안 비용 추계를 보면 공정위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안들이 계산한 연간 실태조사 비용은 대부분 2500만원 규모에 그친다. 산업 전반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혜숙 의원안의 경우 아예 “현행 사업 범위 내에서 실시가 가능하므로 추가재정소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의 경우 자체 실태조사는 진행하지 않았으며,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조사한 온라인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를 근거로 들고 있다. 오픈마켓 입점업체의 98.8%, 배달앱 입점업체의 68.4%가 공정위가 추진하는 공정화법에 찬성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설문조사가 주를 이루는 데다 조사 대상이 입점업체 1000개사에 국한돼 플랫폼 업계로부터 대표성을 지적받고 있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엔 규제영향 분석서가 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경제규제를 입안하고 시행할 때는 그에 앞서 정부의 개입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실태조사 자체도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특정 집단의 주장이 전체 총의인 것처럼 과잉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는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 불공정행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으나, 이는 사실상 구글·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국내 앱 사업자의 인식 조사에 그쳐, 국내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아우른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국내 대비 해외 사업자엔 규제력이 잘 미치지 않는 역차별 문제가 지목되는 상황에선 국내 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 등은 유럽 시장내 구글과 애플 등 해외 빅테크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디지털 산업이라는 큰 흐름에서 더 이상 자국 기업이 뒤처져 있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면서 “우리 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면에서 지나친 규제 걸림돌이 있게 되면 외산 플랫폼에 잠식돼 버리는 유럽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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