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플법진단]③ 방통위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과연 실효성 있나?

권하영

급성장하는 온라인플랫폼을 겨냥한 당국의 규제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기 다른 온라인플랫폼법을 추진하면서 업계 혼란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와 소비자 보호를 위함이라는 설명과 달리, 정부부처가 한창 성장하는 혁신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온플법진단’ 기획을 통해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다룬 주요 법안들을 분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각각의 온라인플랫폼법 중 어떤 법안이 더 시대 변화에 맞는 규율을 담고 있는지 살펴달라.”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달 18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연 온라인플랫폼법 설명회에서 이 같은 말을 던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각기 다른 온라인플랫폼법을 추진하면서, 규제권한을 둘러싼 소관 다툼으로 비춰진 데 우려를 표한 것. 달리 보면 방통위가 추진하는 법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과연 그럴까?

◆ 이용자보호법의 핵심은

그간 온라인플랫폼법은 ▲공정위에 권한을 위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공정화법, 공정위 정부안) ▲방통위에 권한을 부여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하 이용자보호법,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으로 나뉘어 부처간 ‘중복규제’ 논란을 빚어왔다. 공정위 정부안인 공정화법과 방통위가 지원한 이용자보호법이 대립하면서 부처간 ‘소관 다툼’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전혜숙 의원과 방통위는 이용자보호법의 입법근거를 전기통신사업법과 방통위설치법에서 찾는다. 이미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고 있고, 또 그럼에도 통신사 등 기간통신사업자 위주의 현행법에서는 규제근거가 부족하므로 특별법 형태로 새로이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방통위설치법에서 방통위의 역할을 방송·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부가통신역무에 해당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규율할 책임이 방통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방통위는 사후규제 영역에서는 두 부처가 함께 규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일반경쟁 전문 규제기관이라면 방통위는 정보기술(IT) 전문 규제기관이므로, 범정부 차원의 온라인플랫폼 규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공정위와 방통위 둘 다 권한을 갖되, 한쪽이 사실조사나 제재에 돌입하면 다른 쪽은 하지 않는 식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부처를 모두 규제기관으로 인정할 경우 결국 중복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공정화법과 대비되는 이용자보호법의 핵심은 크게 2가지다. 우선,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이용사업자(입점업체)간 거래관계만 다루는 공정화법과 달리 플랫폼(P)-입점업체(B)-이용자(C)간 거래관계를 모두 규율한다.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서 이름 그대로 이용자 보호까지 포괄할 수 있는 단일법 규율체계를 표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규모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일반)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구분해 차등 규제를 한다는 점이다. 일률적인 규제 대신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지워 플랫폼 산업 성장 자체는 막지 않겠다는 취지다. 요컨대, 방통위는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플랫폼 시장에 있어 규제와 혁신의 양립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독소규제 위험은

하지만 방통위의 공언과 달리 실제 이용자보호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업계가 특히 과잉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방조 책임’이다. 이용자보호법 제13조와 제15조는 각각 ‘(대규모)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제3자로 하여금 금지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이를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법상으로도 ‘방조’란 ‘남의 범죄 수행에 편의를 주는 모든 행위’를 뜻하기 때문에 자칫 플랫폼 사업자가 제3자의 금지행위에 대해 과도한 연대책임을 지는 결과가 불거질 수 있다.

이용자보호법이 약관신고제를 담고 있는 것도 ‘규제와 혁신의 양립’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용자보호법 제14조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이용약관을 방통위에 신고해야 한다. 방통위는 필요할 경우 신고 내용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표준약관 사용도 권장할 수 있다. 방통위는 앞서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을 열거해 규율하고 있는 공정화법과 달리 이용자보호법은 금지행위 제재만 있을 뿐 거래기준을 강제하진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실상 약관 신고제를 통해 권고 수준 이상의 거래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업계에서도 약관 신고 조항에 대한 우려를 방통위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플랫폼사업자일 경우 ‘차별 대우 금지’ 규제도 따로 받는다. 플랫폼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입점업체에만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자사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행위로 했다. 이는 공정위안으로 분류되는 온라인플랫폼법 중 송갑석·김병욱 의원안에서도 문제로 지목된 것으로, 결국 소비자 혜택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효성 확보도 관건이다. 이용자보호법은 노출기준을 비롯해 대부분의 세부 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방통위는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선 오히려 시행령에 위임해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연장되는 셈이다. 또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책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이용자보호법은 해외사업자가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비슷한 다른 사업자의 회계자료 등에 근거해 매출액을 추정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특성상 유사 사업자를 골라내기도 어려운 데다, 실제 추정 매출액이 실효성 있는 근거가 될지 미지수다.

배춘환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방조 책임이라든지 약관 신고 부분은 실제로 과도한 규제라는 사업자들의 우려가 있었다”며 “현재로서 약관 신고는 삭제한다거나 합리적으로 내용을 제한하는 등의 경우의 수가 있고, 방조 책임 문제도 수정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입안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수렴을 충분히 할 것이고, 관련해 전혜숙 의원과 협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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