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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금융 철수하는 씨티은행, 새주인은 누구?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국시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에 대한 철수를 공식화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지 17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손을 떼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을 놓고 벌써부터 빅테크 기업과 지방은행 등의 인수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한국씨티은행(은행장 유명순)의 본사인 씨티그룹은 지속적인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씨티은행 유명순 행장은, “씨티그룹은 1967년 국내 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 시킨 이래 줄곧 한국 시장에 집중하여 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사업 재편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 및 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 수립 및 실행할 예정이다. 또한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 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씨티은행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설은 시장에서 계속 제기돼왔다. 지난 2014년 씨티캐피털 매각 당시, 그리고 박진회 행장이 주도한 2017년 점포 통폐합 때도 철수설이 불거진바 있다. 2017년 시작된 점포 통폐합을 통해 씨티은행은 126개에 달하던 점포를 현재 39개 점포로 줄였다. 은행권에선 제주은행(33개)와 더불어 가장 적은수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점포 통폐합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 온 것으로 주목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국내 은행들의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설치가 본격화됐을 때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시티은행으로 당시 시티은행은 처음으로 점포에 디지털 서비스 개념을 적용한 점포를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비대면채널에 있어서도 은행권 최초로 공인인증서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로만 금융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2017년에 선보이기도 했다.

2017년에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도입하는 등 디지털화를 한 발 앞서 진행해오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기존보다 고객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반영한 새로워진 ‘씨티모바일 앱’을 선보이며 소매금융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다만 은행권 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며 업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는데 결국 이번 소비자 금융 철수로 인해 사실상의 시장 철수 준비가 오래전부터 진행돼왔음을 유추해볼 수 있게 됐다.

한편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로 현 사업을 누가 인수할지도 관심이다. 점포수는 적지만 디지털 금융에 지속적으로 투자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시대에 씨티은행 소비자금융은 금융업을 타진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부 지방은행과 빅테크 업체들이 인수 당사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곳은 드러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권에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인수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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