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특별단속 나선 정부…업계 “여전한 ‘투기’ 입장 아쉬워”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정부가 4~6월을 가상자산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관계부처 합동 대응에 나선 가운데, 여전히 가상자산을 투기 대상으로 보고 사업자 규제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19일 정부는 최근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4~6월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기존 가상자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및 금융정보분석원(FIU)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도 모두 가상자산 관련 대응에 나선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는 최근 국내 가상자산 투자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시장은 ‘김치프리미엄(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이 20%에 이르는 등 투자 열기가 과열된 상황이다.
가상자산 투자가 투기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시장의 자정작용을 독려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 역시 가상자산사업자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불법 다단계 및 유사수신행위는 철저히 단속해야 하지만, 그 외 다른 조치들은 지난 3월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후속 조치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점검 가속화…거래소도 영업 신고 속도낼 전망
특별단속기간에 정부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진행상황을 점검한다. 사업자들은 특금법 상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24일까지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후 영업해야 한다.
신고 진행상황은 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알 수 있도록 FIU 홈페이지에 신고접수 및 수리현황을 공개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여부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ISMS는 특금법 신고 요건 중 하나다.
FIU에 따르면 19일 기준 아직 영업을 신고한 가상자산사업자는 없다. 다만 정부가 점검에 들어간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신고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신고 수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불투명한 가상자산을 상장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달 중 은행연합회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관련 설명자료가 나오면 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데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발급해줄 때 참고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설명자료를 만들고 있다. 특금법에 따라 원화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FIU 외 다른 부처도 가상자산사업자 감독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직권조사해 투자자에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에 대해 시정한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개인정보 처리실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해 추가 피해를 방지할 계획이다.
이에 기존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도 가상자산사업자용 항목이 추가된 ISMS 인증심사에 대비할 전망이다. 가상자산사업자용 ISMS는 기존 325개 항목에 56개가 더 추가된 인증으로, 56개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조치가 다수 포함돼있다.
◆“가상자산, 투자보다 투기” 발언…업계 “해외와 달리 제자리걸음”
정부는 부처 별 조치와 함께 가상자산이 여전히 ‘투기’에 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며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가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이 같은 정부 측 의견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와 달리 현재는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서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국내 한 가상자산 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것을 기점으로 가상자산이 빠르게 주류화되고 있다”며 “정부 부처 별로 가상자산 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를 만들고 시장의 자정작용을 도와야 한다. 불법거래 단속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불법 다단계나 사기 업체는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투기로만 바라보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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