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속지 마세요”…상장가에 산 사람 없는 아로와나토큰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빗썸에 상장한 가상자산 아로와나토큰(ARW)이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판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사실상 상장가에 매수한 사람이 없는 만큼, 알려진 수익률은 과장돼있으므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보이는 것과 실제 거래는 다르다
지난 20일 빗썸에 상장된 아로와나토큰은 상장 후 30분 만에 1000배 이상 오른 토큰으로 화제를 모았다. 각종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10만% 오른 코인’으로 알려지면서 자금은 더욱 몰렸고, 거래량도 치솟았다. 한때 빗썸에서 거래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1000배, 10만% 등의 수치는 상장가 50원을 기준으로 한 상승 폭이다. 실제 호가창을 보면 상장 직후 매수가 체결된 가격은 50원이 아닌 7000원 선이다. 이후 5분 만에 2만 2000원이 된 아로나와토큰은 20일 한때 5만원 선까지 올랐다. 상장 극초반에 매수해 최고점에서 팔았을 경우 700% 정도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당초 알려진 수익률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일부 투자자는 평균매수가 50원으로 아로와나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는 사전 이벤트로 지급받은 물량으로, 상장 이후 거래소에서 사들인 물량이 아니다.
앞서 빗썸은 지난 19일 아로와나토큰 상장을 기념하는 사전 이벤트를 열었다. 빗썸에 상장된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아로와나토큰을 주는 이벤트로, 거래금액 12만 5000원당 1ARW를 선착순 지급했다.
지급한도는 인당 2000ARW로 정해져있었다. 평균매수가가 50원이어도 많은 물량을 가질 순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아로와나토큰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이벤트로 지급 받은 토큰만 팔아도 상당한 이득을 봤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장가가 50원인 가상자산이 수천원 선에서부터 거래된 점에 대해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상장 초반에 시세를 움직이는 소위 ‘세력’이 가격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가는 50원이지만 상장 이후 만원 이상에 거래될 수 있도록 초반 가격을 일부러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후 상장 효과와 ‘한컴 효과’를 기대한 일반 투자자들이 진입하면서 가격은 더 오른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빗썸,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의 신규 상장 코인들이 가격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에 신규 상장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한컴 관련 ‘후광 효과’에 주목한 투자자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인 아로와나테크는 한글과컴퓨터(한컴) 계열사 한컴위드가 지분 투자를 진행한 기업이다. 때문에 아로와나토큰은 일명 ‘한컴 토큰’으로 알려졌다.
아로와나 프로젝트의 주요 콘셉트는 블록체인 기술로 금 유통 과정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개인이 금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며, 해당 플랫폼에서 쓰이는 가상자산이 아로와나토큰이다. 한컴위드는 금 기반 모바일 상품권, 한컴페이 등 한컴위드가 추진 중인 다양한 신사업에 아로와나토큰을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패한 프로젝트 ‘엑스탁’과 연관?…한컴위드 “기술 파트너일뿐”
상승세가 화두가 되면서 아로와나토큰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 더 제기됐다. 아로와나토큰이 상장 공지 후 백서(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설명서)에서 일부 개발진의 이름을 빼 논란이 발생한 것.
백서에서 빠진 인물들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엑스탁’ 출신 인물들이다. 기존 백서에는 엑스탁 CEO인 박진홍 대표가 디렉터로 포함돼있었으며 엑스탁 기술총괄, 엑스탁 전략기획팀 출신 인물도 아로와나토큰 참여 멤버로 기재돼있었다.
엑스탁은 현재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상 실패한 가상자산이다. 코인빗 거래소에 상장한 바 있으나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 이에 아로와나토큰이 실패한 프로젝트인 엑스탁과의 연관성을 은폐하고자 백서를 수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아로와나토큰 측은 “엑스탁은 여전히 아로와나 재단과 기술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 중이나, 엑스탁 팀이 아로와나토큰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오인의 소지가 있어 백서에서 엑스탁 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컴위드 관계자도 “엑스탁은 백서에 기술된 바와 같이 기술 파트너로 자문을 맡고 있다”며 “엑스탁이 발행한 토큰과 아로와나 토큰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과 관계없이, 아로와나 프로젝트와 한컴위드는 추진 중이던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백서에 따르면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올해 상반기 중 금 기반 디지털 바우처 서비스를 출시한다.
한컴위드 관계자는 “현재 관련 서비스들은 개발 중이며 막바지 단계에 있다. 다만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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