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전문직의 위기?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은 물론 공공을 꿰뚫고 있는 화두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일상의 활성화는 비대면 환경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보다 다양하고 풍족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이렇게 생산되고 있는 데이터는 공공분야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정부부처에선 디지털을 업무 효율화는 물론 대고객 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혁신은 멀지 않은 미래에 법과 제도 자체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의 법과 제도 안에서 생태계를 만들어왔던 직무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투명성이 확보되면 전문직의 영역이었던 업무가 대중성을 가지게 된다. 결국 정부의 디지털 전환 사업은 그 자체로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어오는 셈이다.

2019년 빅데이터 센터를 출범시킨 국세청은 부가세 신고 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동산 임대업의 매출누락 및 부당환급 유형에 대해 검증해 적발에 나서고 있으며 또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체납자의 실거주지 파악 등에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조세 효율성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멕시코의 경우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세무기관이 직접 조세 대상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세금 내역을 확정해 세금부과 내역을 통보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낼지 알아서 신고하는 신고제에서 부과제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21년 조세개혁을 통해 조세 추징 효율성 명목으로 행정부 개진된 세무 감사에 있어서 비정형 데이터(사진, 비디오, 녹음기, 휴대폰 등)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데이터 기반의 조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한 회계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조세의 경우 기본적으로 현금 흐름 등 데이터가 규정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만 하면 투명성은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결국 조세제도에 있어 자동화가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세무신고와 부과, 그리고 조세불복 등 조세 관련 발생하는 업무들도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등기사업’ 역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등기사업은 최신 IT기술을 사용해 부실 전 단계의 부실 등기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공신력 기반의 국가등기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등기사건처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등기제도에는 신청주의 서면주의 출석주의 등 3가지 등기 기본원칙이 있다. 때문에 전화나 구술로 신청이 불가능하고 등기 시 당사자나 대리인이 등기소에 직접 출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등기 신뢰도 향상으로 부실 등기 등 부동산 관련 분쟁을 방지하고 부동산 관련 파생 산업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입장에선 등기소를 방문할 필요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등기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법무사들의 업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정부가 2025년까지 6년간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도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이 사업은 70여가지 아이템을 바탕으로 과제당 19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이를 활용해 한국에 존재하는 판례, 약관, 법전 데이터 등을 수집해 빅데이터 기반의 법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간단한 조회나 검색을 통해 법무 관련한 민원과 소송 관련 지원 사항등을 알아볼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변호사 등 법과 관련한 직무에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공공분야의 디지털 전환 사업은 서비스 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전문직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던 업무도 사라지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해당 직군과의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공공부문만의 일은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업무의 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다양한 외부 상황에 일부 가려져 있지만 디지털 발전과 직업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편해진 만큼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용의 묘를 살려야 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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