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종합] 임혜숙, 청문회서 진땀…野 ‘여자 조국’ 맹공

최민지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부처 최초 여성 장관 후보
-임혜숙 후보, 논문 표절‧자녀 국적 등 각종 의혹 해명
-ICT 현안 질의, 원론적 답변에 그쳐
-청문회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언급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진땀을 뺐다. 야당은 임혜숙 후보자를 향한 논문 표절, 자녀 국적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맹공을 펼쳤다. 야당은 ‘여자 조국’이라는 언급까지 하며, 임 후보를 향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했다.

임 후보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최초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부처 여성 장관이 된다. 초고속통신망 분야에서 연구 실적을 쌓아온 공학자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여성 최초 타이틀을 확보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이날 여당의 집중포화로 임 후보는 “송구스럽다”며 꼬리를 무는 의혹에 대해 사과와 해명을 반복해야 했다. 정보통신기술(ICT)와 5G, 온라인동영상(OTT),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등 현안 질의도 이어졌으나, 임 후보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논문 논란에 ‘퀴리 부인’까지 등장, 여야 팽팽한 입장차=이날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은 “본인도 장관될 줄 몰랐던 것 같다. 장관 되려고 했다면 경력관리를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 최초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책임성, 도덕성,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언론 검증보도 댓글을 보면 여자 조국이냐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당이 제시한 의혹은 ▲논문 표절 및 배우자 논문 내조 ▲NST 이사장 지원 당시 당적 보유 관련 코드인사 ▲NST 이사장 취임 3개월만에 장관 후보 지명 ▲가족 동반 해외학회 참석 ▲자녀 국적 ▲부동산 다운계약 등이 있다.

임 후보는 본인과 배우자가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배우자는 핵심 아이디어부터 논문의 전반적 기술, 수학적 분석 등 제1저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임 후보는 “제자는 공동연구팀 한 명으로 학위‧학술지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동연구자 간 표절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부 지원금 수주를 목적으로 학술지에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공계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에 따르면 석·박사 학위 논문의 학술지 게재를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 내조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임 후보 배우자는 2003년 조교수 임용 후 부교수로 진급 전인 2006년까지 전체 게재한 국내외 논문 13건 중 해외 등재 논문 4편, 국내등재 논문 5편 총 9편이 임 후보자와 제자가 함께 참여한 논문이라고 밝혔다. 배우자가 단독으로 게재하거나 다른 저자와 함께 참여한 논문은 4편에 불과하다. 남편의 부교수 승진을 위해 논문 실적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후보 제자인 대학원생 논문에 건국대 교수인 배우자가 18차례나 포함됐음에도, 건국대 학생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에 임 후보는 “승진에 필요한 충분한 점수를 해당 논문 없이도 확보했다. 남편과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구자로 성장해 왔으며, 그는 수학적 분석이 뛰어난 연구가로 공동 연구했을 때 더 좋은 논문을 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임 후보를 변호하기 위해 ‘퀴리 부인’까지 인용했다.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가 남편과 함께 연구하며 라듐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편과의 연구실적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마리 퀴리가 살아와도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탈락”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박대출 의원은 여당에서 퀴리 부인까지 언급하는 것을 비꼬며 “퀴리 부인은 남편과 연구했지만, 가족들과 동반해 해외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위장전입도 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임 후보는 13차례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후보는 해외체류 당시 시부모가 이사를 다니면서 주소지를 옮겼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임 후보는 NST 이사장 지원 당시 당적 보유에 대해서는 초빙 공고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명 당시에만 당원이 아니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가족 동반 해외 출장에 대해서는 숙소만 함께 썼을 뿐, 비행기를 포함한 기타 비용은 사비로 지출했다는 입장이다. 두 딸 이중국적 논란에 대해서는 “병역 의무가 없는 딸이라 신경 쓰지 못했다. 미국 국적을 활용해 한국에서 혜택을 받은 사실은 없으나 국적법 규정에도 복수 국적 상태가 유지돼 있어 송구스럽다”며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NST 이사장 취임 3개월만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임 후보는 “이사장으로 역할과 임무 잘 완수하고 임기를 완료하고 싶다는 열망 강했다”며 “장관 지명 후보자로, 인사권자 의견 듣고 여러 고민이 있었다. 출연연에서의 짧은 경험으로 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5G 28GHz 의무구축, 연말까지 지켜봐야”=이날 임 후보는 과학기술 및 ICT 관련 현안질의도 받았다. 5G부터 10기가 인터넷 품질문제, OTT 부처 주도권을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공급,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인재양성 등 과기정통부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대체로 원론적인 답변에 가까워 저명한 여성 공학자에게 기대했던 새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는 없었다.

상용화가 미뤄지고 있는 5G 28GHz에 대해서는 공동구축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언급했던 내용으로, 통신3사 공동망 구축 방안을 유지하는 부분이다. 임 후보는 “통신사가 구축한 약속 기한이 연말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기술과 서비스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만큼,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8GHz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하고, 활성화가 아닌 재점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도 힘들뿐 아니라, 자칫 강행하다 소비자 이용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KT 10기가(Gbps) 인터넷 품질 문제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조정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기가 인터넷 최저 보장 속도인 3기가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후보는 “특정 서비스 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여러 방법을 사용해 일정 수준 속도를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농어촌 5G 품질 저하 관련 보상안에 대해서는 “통신사 보상에 정부가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온라인동영상(OTT) 정책권을 놓고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다투는 모습에 대해서는 “OTT라는 새로운 산업분야가 생겨서 나타난 문제”라며 세 부처가 머리를 맞대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OTT에 대해서는 방송보다는 통신에 가깝다는 말도 더했다.

AI 고급 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겸직 허용과 AI 분야 교수 인력이 다른 교수를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봉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하는 인재들을 위해 겸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 및 공급 어려움에 대해 임 후보는 “임상분야는 식약처 담당이지만, 과기정통부도 뒷받침할 부분을 찾아서 하겠다”며 “국내는 백신 개발 노하우가 적다. 백신 관련 플랫폼에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임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묻는 질의에는 “제가 논의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업계 발전을 위해 대통령께 소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장관 자격이 있다”고 말했고, 이원욱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까지 “반도체 수급 상황과 미국에 대한 투자 등을 볼 때 이재용 부회장 사면 필요성이 조금 있는 정도가 아니고 아주 강력히 존재한다”고 발언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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